[논평]3% 의결권 제한 개정안, 폐지만이 답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상법개정안에는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발행주식의 최대 3%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들의 의결권만 강화되어 국내 자본시장이 해외 사모펀드들의 먹잇감이 된다는 비판을 가해 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3% 제한과 관련해 현행 개정안처럼 대주주·특수관계인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주주 개인별 3%로 제한하는 수정안을 언급한 바 있다. 즉, 여당은 3%룰을 완화하여서라도 상법개정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전경련이 완화된 룰에 따라 10월 22일 기준 시총 순위 및 지분율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 본 결과 여전히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의결권이 과거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면 현행 개정안에 따르면 대주주·특수관계인, 우호지분을 합쳐 감사위원 선임시 8.55%의 지분율을 행사 할수 있지만 수정안을 적용하는 경우 17.76%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의결권은 27.61%에 달해 사실상 수정안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더욱이 SK하이닉스나 네이버, LG화학의 경우에는 이러한 완화 룰이 전혀 무의미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SK하이닉스는 완화 전후 구분없이 9.32%로 24.87%의 의결권을 갖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한다. 네이버도 5.98% 대 31.06%로 압도적으로 열세라고 한다. LG화학도 8.6% 대 16.84%로 절대적 열세라고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과 수정안 모두 국내 대기업의 감사위원은 모두 외국계 헤지펀드측 인사들이 선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이번 상법개정안은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공히 외국계 헤지펀드들에게만 유리한 입법안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직접투자는 하지 않고 시세차익만 노리는 간접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위협한 후 자사주를 매입케해 주가가 오르면 처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겨 국내자본을 해외에 유출시켜 왔다.

더욱이,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2018년 ―2.3%, 지난해 ―7.5%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140여개 국가 중 이 기간동안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 성장한 나라는 10 여국에 불과하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과 아이슬란드, 터키 3곳 뿐이었다고 한다.

상법이 개정되면 불가피하게 국내 대기업들은 만일을 대비해 경영권 방어용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매우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상법개정안은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설비투자에 더욱 소극적으로 만드는 주범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봐도 상법개정안은 폐기가 답인듯하다. 굳이 개정을 해야 한다면 국내 대기업들도 경영권 방어수단을 강화할 수 있는 선택권을 상법상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때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수단을 상법으로 허용해도 정관을 개정하기 어려워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총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만으로도 정관개정이 가능하도록 한시적 특례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내자본시장이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돈 놀이터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경영권 방어수단도 보완하지 않은 채 현행 상법개정안만을 통과시킨다면 이에 찬성한 의원들의 명단을 확보해 향후 부작용 발생시 응징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20. 11. 12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