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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안보질서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갈수록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주말 하와이 호눌룰루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3개국은 대북정책조정 감독그룹(TCOG) 회의 결과, 기존에 천명해왔던 ‘북한 핵무기 개발의 평화적인 완전 폐기’, ‘한국과 일본의 대북관계 개선노력 지지’에 더해서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내용에는 ‘다자회담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하며, ‘북한의 조직적 위법행위 종식을 위해 제3국 및 국제기구간의 협력방안을 협의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마약 밀매, 위조지폐 등 위법행위의 구체적인 형태까지 들어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미 미국과 영국, 스페인, 호주 등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입 및 수송규제를 위한 국제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일본이 최근 잇따른 북한 선박의 입항 거부 및 검색강화를 단행하고 있는 단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러한 경고수위 상승은 우선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자행하고 있는 위법행위 그 자체가 갖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국제사회가 공동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마약 밀매, 위조지폐,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의 거래를 국가 차원에서 수행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 정권이 지향하는 궁극적 동기를 의심토록 할 수밖에 없는 증거다.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들어온 돈이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쓰였을 리 없으며, 따라서 그 돈들은 고스란히 독재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한국에 대한 군사력 위협을 강화하는데 쓰였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위법행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핵위기 악화에 대한 응분의 조치 성격이란 측면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수개월 동안 핵동결 해제뿐만 아니라 핵보유를 인정하고 재처리 가능성과 본격적인 핵무장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상대를 위협하여 굴복을 강요하는 기존의 구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착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실질적인 자금줄인 국가 차원의 위법행위를 국제사회 차원에서 차단하는 것은 그들의 문제조장 행위가 결코 그 의도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도리어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입증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 한국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에만 매달린 나머지 북한의 위법행위 차단을 위한 공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북한의 현상타파 행위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들어온 이상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가능성을 남기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합당한 대응을 병행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키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북한의 위협은 협상수단이고 한국과 미국 등 외부세계의 대응조치는 긴장 악화라는 식의 논리는 다분히 형평성이 없는 주장이다. 이미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문제를 악화시킬 경우에 대한 추가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국제사회와 합의를 본 상태에서 또 다시 평화적 해결이란 미명아래 스스로 북한에 대한 정책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어렵게 확보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다. 그 결과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가 또 다시 약화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TCOG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밝혔듯이 ‘북한과 제3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안보위협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며, 아직 남아있는 평화적 해결노력과 얼마든지 병행될 수 있다.
시민회의는 북한이 지금까지의 구태를 버리고 아직 국제사회의 기대가 남아있을 때 한국을 포함한 향후의 다자회담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리하여 핵을 비롯한 자신들의 안보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복귀하기 위한 성의있는 노력에 전력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민회의는 한국 정부 역시 대화와 제재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적 노력과 기타 정책수단을 동원하도록 노력하고, 이를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적극 활용할 것을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