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서둘러서는 안된다.

지난 9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UN) 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언급했다. 이어 28일에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시점이 9월 21일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자국 공무원이 적국으로부터 총살되어 불태워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전선언 운운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사실인 것이다. 더욱이 종전선언은 대한민국이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행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것은 그 이유가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국가적으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대한민국이 종전선언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6·25전쟁 당시 정전협정을 맺은 주체는 UN군과 중국군·북한군이었다. 즉, 정전상황을 종전상황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UN이나 중국, 북한에서 먼저 이에 대한 언급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UN의 일원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필요성에 대해 역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체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데 문대통령이 이를 언급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룰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UN의 리더인 미국과 중국 간에 무력충돌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에 유리할 것으로 추정되는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으로 당장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철수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문제는 주한미국 철수로 이득을 보는 국가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적인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했던 점을 감안해 보면 북한과 사드배치를 극도로 반대했던 중국에 종전선언은 매우 매력적인 발언인 것이다. 무슨 이유 때문에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했는지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극악무도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즉,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념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수호해야 할 책임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았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살되고 불태워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한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얼버무리기식 유감표명만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너무나도 크다.

따라서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다음의 사항들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보의 최종 책임자로서 종전선언을 한 구체적인 이유들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공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둘째, 종전선언에 대한 발언을 하기 전에 이미 해수부공무원이 불태워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국민들에게 진실되게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셋째, 조속한 시일 내에 종전선언 발언을 취소한다는 사실도 국제사회에 알려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 10. 4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