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 제정 및 징벌적 손배 확대, 중소기업 사라진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입법예고 한다고 발표했다.

집단소송법이 제정되면 B2B사업자들은 직접적인 충격을 다소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사업자들은 말 그대로 정글속을 걷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성문법계 국가 중 유일하게 증권집단소송법을 제정하여 대륙법계 국가이면서도 증권관련 분야에 한해서 집단소송제를 운영해 왔다.

이번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50인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을 상대로 50인 이상이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모든 피해자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추정 피해자가 수십만 명에 달할 수도 있어 기업들은 직원의 과실 하나로 파산에 직면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집단소송법 제정안에는 현행 증권집단소송법에 있는 허가요건을 완화하여 집단소송이 전 분야에 걸쳐 더 활발하게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대표적인 예로 증권집단소송법에는 소송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3년간 3건 이상 집단소송에 관여한 변호사는 집단소송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대표당사자 요건이 존재하는데 이번 집단소송법 제정안에는 이것이 삭제됐다. 즉, 집단소송전문 변호사들이 제한없이 SNS를 통해 소송참가자들을 상시 모집해 50인 이상만 동참하면 언제든지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법제정안에는 증권집단소송법과는 달리 피해자들의 주장과 입증 책임을 경감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대로 법이 제정된다면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자료 등을 기업이 정당한 이유없이 제출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현상이나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확정되게 된다. 제정안에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소송 전 증거조사가 가능한 '한국형 증거개시제'를 도입하는 내용과 1심 사건은 국민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즉, 여론재판이 사법제도의 큰 축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상법을 개정해서 모든 기업들에게 피해자의 실손해보다 5배가 많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려고 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5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의 예로 가습기 살균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모펀드 부실판매 사건, 가짜뉴스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도화된 기술과 관련된 제품의 경우 사업자의 악의성을 판단하기 위해 책임여부를 따지기 쉽지 않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집단소송이든 징벌배상소송이든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거의 없다. 대개는 위법행위 여부에 대한 법정공방만 진행하다가 기업이 화해로 소송가액 중 일부를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하게 된다. 화해금의 상당 부분은 변호사가 수임료로 받고 수 많은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배상금은 1인당 식사 한끼 값 정도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법무부가 입법예고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배상제 확대 목적의 상법개정안을 누구를 위해 입법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 진다. 더욱이 이 2개 법안이 통과되면 소규모 집단·징벌배상소송에도 저항할 능력이 없는 B2C 형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항상 파산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법무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법조계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집단소송제와 징벌배상제를 도입 및 확대하려는 법제정안과 개정안을 폐기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 9. 25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