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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임시국회에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FTA 이행특별법안의 처리가 여야 양당의 ‘선대책 보안, 후처리’라는 반대 입장으로 비준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11일 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하였다. 지난 2월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 서명한 협정의 비준을 내년 총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사실상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통상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ㆍ칠레 FTA 이행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정되었어야 했다. 146개의 세계무역기구 (WTO) 회원국 중 FTA를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한 나라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화교권 국가 (중국, 마카오, 대만, 홍콩)와 한국, 몽골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70%일 정도로 높은 무역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의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칠레는 일정대로 6월중에 국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 반면, 우리의 이번 연기는 세계적으로 FTA 협정 타결 후 국내 비준이 거부당한 예가 한번도 없었던 것을 고려할 때, 국가 신뢰도 추락은 물론 향후 외국과의 무역 협상 자체가 힘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나아가, 국정과제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달성에의 차질과 함께 자유무역에서의 고립화를 더욱 초래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ㆍ칠레 FTA는 칠레의 농산품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공산품을 관세 없이 교역함으로써 우리에게 더 큰 이득이며, 연간 4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예상되고, 한해 20~30억 달러에 이르는 칠레의 정부조달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쌀, 사과, 배 등은 개방품목에서 제외되었고, 낙농제품과 고추, 마늘, 양파 등의 개방일정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 어젠다(DDA)협상 이후로 미루었다. 논란이 되었던 포도는 계절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고, 농가 피해가 큰 경우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규정도 준비하는 등 다각적인 농가지원책이 마련되어 있다.
농민단체의 FTA 비준 반대 국회의원 서명에 전체 의원의 절반이 넘는 143명이 서명하는 등 ‘농가지원책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연기한다’ 는 여야의 주장은 이러한 지원책을 살펴 볼 때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제적 국익과 외교적 신뢰 확보보다 단지 농민층의 내년 총선 표를 고려한 정치적 발상이라는 분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정치권이 주장하는 대책을 왜 협상이 진행되는 지난 4년 동안 준비하지 못했는지 한심하다. 또한, 향후 체결하게 될 FTA에서 각 단체나 이익집단들의 반대나 의견만을 옹호할 때 우리의 국익 실현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농민층은 언제까지 마냥 정부의 보호책만을 주장하기에 앞서, 시장 개방의 대세를 인식하고, 농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고려 이전에 국익과 외교적 신뢰를 고려한 장기적 판단을 하기를 촉구한다. 정부는 농민이나 시민단체를 설득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며, 한ㆍ칠레 FTA가 조속히 비준되어 국가 신인도와 경제적 실익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