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건 기소, 정치적 독립성 포기한 검찰

지난 1일 검찰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전·현직 임원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이유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때문이라고 한다. 2017년 2월2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지 3년 6개월 만에 이 부회장은 또 다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되면서 향후 재판이 얼마 동안이나 더 지속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민사사건도 아니고 형사사건을 수년간 재판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이번 기소 건은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인 사건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1년 9개월간 수사 지연하다가 이제야 기소를 한 것은 과잉수사라는 지적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대검찰청예규 운영지침을 개정하여 설치한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불기소 권고마저도 무시하고 기소한 점을 보더라도 과잉수사라는 비판들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처럼 객관적 지위에 있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과거와는 달리 거부한 것이 정치적 목적때문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즉, 검찰이 정치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고 있는 것이다.

문 정권이 수사심의위를 설치한 취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제3자인 전문가들로 확인받기 위함이었다. 즉, 검찰 스스로 정치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을 통해 입증하여 수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이 취지처럼 검찰은 지난 2년여간 총 8차례에 걸쳐 수사심의위의 권고결정을 모두 수용했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기소는 분명 다른 요인이 작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 수사와 관련하여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이 부회장의 기소를 촉구한 점과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수뇌부들이 이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는 행보를 보인 점을 보면 이 추정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는 이번 수사 및 기소가 법리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든 대선후보는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때문인지 전통적으로 검찰은 어떤 정부기관보다도 더 가까이서 정권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수처의 설치법은 검찰이 더욱 정권과 가까워지는 법제도적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법원에서 위법성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는 아무도 알수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면서도 검찰이 기소를 했다면 이는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검찰 스스로 정치적 독립성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치적 독립성의 시험문제가 사법부로 넘어갔다. 법원마저 정치적으로 예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무덤에서나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이 포기한 사법부의 독립성을 법원이라도 확보하여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임을 재천명하여야 할 것이다.

2020. 9. 2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