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낮추고 정시(수능위주전형)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지시했다고 한다. 올해 입시까지만 해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높이고 정시(수능위주전형) 비중을 낮추라고 행정지도해 온 문재인 정부의 입시정책과는 정반대의 교육개혁지시인 것이다. 더욱 기이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비리의혹이 제기된 이후 “교육공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공정을 강조하면서 입시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이 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조 전 장관사태로 현재의 고1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부방법을 갑자기 바꿔야 하는 황당한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전교조,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교육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수년간 일명 수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제도의 확대를 주장해 왔고 또한 이를 통해 각종 혜택을 누려왔다.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수시제도가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하면서도 불가피하게 이에 순응해온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이제는 다시 이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술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발전시키고 유지해 나갈 미래의 동량을 육성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가 불확실하게 되면 될수록 우리 사회는 점차 퇴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의 동량들은 자기가 타고난 소질을 개발하여 국가사회 전반에 걸쳐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결과적 평등을 전제로 한 현재의 전교조식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시제도는 전교조 측이 주장하고 있는 결과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성적으로 인한 차별적 교육을 거부하는 왜곡된 교육이념의 부작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현재의 수시제도는 학습능력이 평범한 자녀에게 우수한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의 욕심이 구현되는 것이 가능한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면으로 현재의 수시제도에 대한 개혁을 “교육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시하는 문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현재의 수험생과 부모들을 다시 한 번 희롱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은 각자가 타고난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제도를 정착하는 방향으로 전면 수정될 필요가 있다. 즉, 임시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육공정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고 있는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백지화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9. 10. 26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