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연금사회주의화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 6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기업의 경영에 쉽게 개입할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된 내용은 국민연금 등 전문투자자의 경우 투자대상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경우 5일 이내에 이를 보고하도록 한 현행규정을 개정하여 10일 이내에 보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세한 보고없이 간이보고만 할 수 있도록 공시의무를 완화한 것이다.또한 국민연금 등 전문투자자가 10% 이상 보유하고 6개월 이내에 이를 처분하여 차익을 실현한 경우 그 차익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한 반환의무도 면제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 마련의 취지는 공정경제의 조기실현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의 속내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을 쉽게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단기간 내에라도 주가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정치적으로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고 주가가 오르면 언제든 처분해서 주가차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민연금 차원에서 볼 때에는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자본시장의 기본 틀을 파괴하는 것으로서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고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이 보다 자유롭게 민간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는 연금사회주의로 가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우리 자본시장을 글로벌스탠다드로부터 멀어지는, 즉 세계자본시장에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은 전문투자자들의 전략적 투기행위로부터 자국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식대량보유 보고 요건을 5%보다 인하하여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법제도를 정비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보유비율을 최초 10%에서 5%로 인하 하였으며 영국도 최초 5%에서 최소 3%로 인하 하였고 그리고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은 보유비율의 기준을 최소 3% 또는 그 이하로 정하는 등 보율비율 기준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즉, 자국기업들이 전문투자자들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주식대량 보유 보고기간도 5일에서 더 단축하는 것을 법제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는 주식대량보유 보고를 “2일” 이내에, 영국은 “2일” 이내에, 독일은 “즉시” 보고하거나 늦어도 “4일” 이내에, 홍콩은 “3일” 이내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주식대량 보유자는 일반적으로 투자전문가이거나 해외 전문펀드들이 많고 전자공시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5일이라는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개정안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직접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세계 자본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특례가 외국계 투기전문회사들에게도 적용되어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외국투기자본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면 수정하거나 아니면 폐지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19. 9. 10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