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외교의 실패를 성찰하고 다시 시작하라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6.12일 싱가폴에서 예정되어 있었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직후 북한이 “미국에게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주겠다”며 대회지속 의사를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재추진할 수 있다고 회답하는 등 미북 정상회담 전망은 혼미와 혼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는 핵심 의제인 북핵폐기 합의에 있어 ‘단계병 합의와 매단계 동시보상’을 고집하는 북한과 ‘일괄합의 및 신속 비핵화 이행’을 원하는 미국 간에 사전조율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5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이 다롄서 시진핑 주석과 회동한 이후부터 북한이 보여준 공세적 태도와 북한의 핵폐기 진정성에 대한 미국의 불신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의 책 출판을 문제삼아 5월 16일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5월 22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할 외국기자단에서 한국 언론일들을 제외했다가 뒤늦게 합류하게 만들었으며, 미국과 약속한 싱가폴 미북 실무회담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셋째는 미국이 대북 불신을 표출하면서 양측이 교환한 적대적․인신공격적 메시지들이 불신을 더욱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에게 리비아식 말로를 경고했고 북한의 김계관 제1부상은 5월 16일 볼턴 안보보좌관에 대해 그리고 24일 최선희 부상은 팬스 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미북 정상회담을 표류하게 만든 네 번째 원인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펼친 이념편향적․일방통행적 중재외교와 이에 다른 미국의 대한(對韓) 불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미북 대화를 주선․중재함에 있어 일관되게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대변하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을 더욱 철저히 ‘대변’하라는 북한의 압박성 주문과 미국의 불신을 동시에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5월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핵실험장 폐기와 관련하여 한국 기자단을 경시한 북한의 오만은 한국이 자초한 것이며,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20분 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여 푸대접을 받은 것은 미국내 기류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동맹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상생구도의 정착위해 계속 노력하되 항상 안보원칙을 준수한다는 기본 방향을 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떤 합의든 미북 합의만 이루어지고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성공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정략적인 생각이다. 북한에 대해서 ‘핵폐기 일괄합의와 신속한 이행’이외 다른 대안은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동맹국과 공조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존중 속에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길이자 동맹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며, 그것이 북핵의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취해야 하는 중심있는 핵외교이다.

2018. 5. 26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