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적 민족주의'를 앞세운 '판문점 선언', 북핵 완전 폐기 방법과 시기 빠져

지난 27일 전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 가운데 제3차 남북회담이 개최되었고, ‘판문점 선언’을 통해 회담결과가 발표되었다. 장문으로 발표된 회담 결과 어디에도 이번 남북회담의 가장 핵심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핵폐기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없었다. 예상된 결과였다. 오히려 핵을 가진 북한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남북회담을 통해 도출한 여러 합의사항은 우리나라 안보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우선 '판문점 선언'은 시작부터 끝까지 '겨레', '민족'을 앞세우는 '종족적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위협 인식을 마비시키려고 하고 있다. ‘종족적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는 근대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형성한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 대표되는 ‘시민적 민족주의(civic nationalism)’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혈연, 언어 등 문화 공동체를 앞세워 단일민족, 민족적 순수성, 집단적 열광의 신화를 바탕으로 개인의 권리, 국가와 정치체제를 초월하는 개념이다. 이는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것으로 개인은 철저히 배제된 체 집단으로서의 민족과 국가를 강조한 것으로 북한 헌법 제63조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one for all, all for one)’에서도 배어 있다.

북한은 분단이후 현재까지 이러한 혈연과 언어의 공통성만을 기반으로 하는 ‘민족’을 내세워 선전활동을 펼쳤고, 그 결과 남북관계에서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인되는 즉, 민족은 ‘마술적 단어(magic word)’가 되었다. 이번 회담에서 강조한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민족’ 등은 ‘종족적 민족주의’의 전형이다. 북한 제재 완화를 위해 민족공조를 강조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남북회담에 응하게 된 것은 ‘민족공조’가 아닌 ‘국제공조’를 통한 강력한 대북 제재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족공조가 아니라 국제공조가 절실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문제다. 북한은 그 동안 한미 군사훈련 및 미국의 전략자산을 북한 침략을 위한 핵전쟁의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만일 북한이 주장한 대로 한반도 비핵화가 모든 핵 위협 제거로 인식될 경우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중국이 주장한 쌍중단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이나 시기 등이 생략되었으며, 선언문에서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고 명시했지만 북핵 폐기 없는 평화는 허구적 평화임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구상과 대북확성기 및 대북전단지 살포 중지 문제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것은 노무현의 10.4 선언을 되풀이 한 것으로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북핵 폐기에 대한 대안 없이 대북확성기 및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묵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수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전체주의 폭압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대한민국의 품에 안길 수 있었던 것은 대북방송과 대북전단을 통한 북한 실상 알리기였다. 북한 체제의 변화에 대한 대안 없이 대북방송과 대북전단을 중지하는 것은 북한 동포에 대한 구원의 손길을 중단하는 것이다.

넷째, 북한인권문제 및 북한무력도발로 희생된 우리 장병들에 대한 묵인이다. 북한은 6.25 남침 당시 10만 명의 남한 민간인을 불법으로 납치했으며, 전쟁이후에도 한국, 일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12개국의 민간인을 납치하여 억류하고 있다. 또한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 기본권이 말살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 등 인도주의 문제의 중대한 이슈들을 묵인했다. 또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의해 희생된 천안함 용사들과 연평해전 용사들에 대한 그 어떤 북한의 사과나 유감표시도 없었다.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은 덮어두고 남북한 교류와 협력만을 강조한 것은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남북회담이 회담으로서의 실효적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북한 핵폐기 등 남북한 간의 중차대한 이슈들에 대해 양측이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야한다. 그러나 제3차 남북회담에서는 남북한 간 실질적 이슈들에 대해서는 묵인하고 ‘대북한 유화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성급한 ‘평화’ 잔치에 급급했다. 북한의 핵 폐기 없는 ‘평화’는 일시적 평화일 뿐이다. 확고한 한미동맹에 기초한 대북한 억지정책과 국제공조를 통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정책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가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2018. 4. 30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