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공개, 일자리 위협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도체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산업부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에 포함된 단위작업장소별 화학물질(상품명), 측정순서, 레이아웃, 월 취급량 등의 정보로부터 공정 및 조립기술의 유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 생산 시설 배치 등 핵심 기술 공개는 피해야 한다. 외국 경쟁 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중앙행심위도 같은 날 삼성전자의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부처고유의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문제가 부처 간 조율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되는 것은 문제다. 핵심 기술 판정이 공개금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산업자원부의 결정은 그야말로 참고사항으로, 고용노동부의 공개결정은 이와는 별개다. 이번 공개는 비단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기업, 다른 업종에서도 결국 정보공개를 통한 영업기밀 탈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각국이 산업스파이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빗장을 허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첨단 기술 기업들이 제조-생산공장을 한국에 두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보공개와 기업의 영업기밀 사이에도 균형점이 필요하다. 경총 주장대로 "산업재해 입증과 관련 없는 민감한 생산 공정 정보를 공개 범위에서 제외하고, 공개 대상을 산재를 신청한 근로자와 유족으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는 일자리 정책의 일차적인 책임을 지는 부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인상 같은 최근 행보는 일자리 자해에 가깝다. 정부가 앞장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현실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

2018. 4. 18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