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천안함 용사와 유족을 힘들게 하지 말라

올해는 북한 만행으로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던 천안함 용사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폭침’ 8주기가 되는 해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족들의 상처는 아물어지기는커녕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천안함 폭침 8주기를 불과 몇십일 앞두고 천안함 폭침의 당시 총책임자인 북한 정찰총국장 김영철 일행을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시켰다. 천안함 유족들과 생존 용사들이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 상경해 김영철 방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정부에 유가족들의 뜻을 전달했지만 묵살당했다. 역대 대통령 행사로 치러지던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대통령 해외 순방을 이유로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급기야 3월 말 추모 기간에 공영방송 KBS는 국제조사단과 정부의 공식적 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천안함 폭침에 대해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천안함 희생 용사, 생존 용사와 유가족들에게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을 안겨줬다. 도대체 어느 나라 방송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과 유가족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 조상들이 피땀으로 일구어낸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유지되고, 안보의 기반 위에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성장도 가능할 수 있었다. 천안함 생존 용사들과 유가족들은 그 어떤 경우에라도 숨진 용사들의 명예를 위해 정치적인 집단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며, 심지어 죄인처럼 조용히 살아가며 슬픔을 승화시키고 있다. 서구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을 기리고 선양하는 관행 즉, 현충일을 ‘시민종교(civil religion)’에 빗대어 국민적 통합을 도모한다고 한다. 틈만 나면 천안함 용사들과 유족들을 괴롭히는 현재의 한국과는 너무나 다르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는“조국을 위해 죽는다는 것(pro patria mori)은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국의 천안함 용사들과 가족들이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천안함 용사들과 유족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

2018. 4. 2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