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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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9일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핵보유에 대한 자신들의 의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 논평에서 북한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로서도 핵 억제력을 갖추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북한은 “우리가 핵 억제력을 갖추자고 하는 것은 그 누구를 위협 공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망적으로 재래식 무기를 축소하며 인적자원과 자금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돌리려는 데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 하지 않는 한 자금이 적게 들면서도 그 어떤 첨단무기나 핵무기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핵보유 가능성을 명시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전의 주장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즉 자신들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 적대세력의 침략 위협에 놓여 있으며, 이를 위한 자위적 자원의 억지책을 확보한다는 것이 핵을 보유하려는 동기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는 장기적인 군축 가능성과 경제회생이라는 근거까지 거론하면서 자신들의 핵보유가 외부세계에 가져올 위협을 희석시키려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측의 주장은 하나같이 핵보유에 대한 그들의 적대적 의도를 희석시키려는 기만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난 수주일 동안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 외부세계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체제 구축와 유사시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 동원 가능성에 합의한 것을 두고 자신들에 대한 적대적 압살이라고 우길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외부세계의 대북 공조합의는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시키는 한편으로, 북한이 그러한 기회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스스로 이미 기존의 군사적 위협에 더해서 핵보유를 인정하고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 준비를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세계가 북한의 또 다른 현상타파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외부세계의 추가적 조치가 실현될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핵보유를 통해 장기적인 군사력 감축을 하겠다는 북한측의 주장은 어떤가? 한반도의 군비통제는 단순히 병사와 무기를 줄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의 국력과 인구 절반이 밀집된 수도권을 직접 위협할 정도로 전진배치된 북한의 공격용 전력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등을 포함한 비대칭 전력 성격의 대량살상무기들에 있다. 이들에 대한 감축 및 폐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북한의 군사력 감축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는 물론 북한 스스로의 경제 회생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이번 논평에서 나타난 북한측의 주장에 그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핵을 보유하여 군사력 유지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대목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유럽연합 등을 위시한 외부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조차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북한과의 모든 기존관계를 재검토 내지 취소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외부세계의 지원 없이는 자체생존이 불가능한 북한의 입장에서 핵보유는 그나마 확보할 수 있었던 외부지원까지 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북한의 경제를 확실히 파탄시킬 것이다. 핵보유가 북한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은 핵으로 한국과 외부세계를 위협하여 ‘평화유지비용’이란 명목하의 금품갈취를 지속하는 것뿐이며, 이는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이 답습해온 방식이었다. 이점에서 자신들의 핵보유가 위협 목적이 아니라는 북한의 주장은 다시 한번 그 허구성이 입증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외부세계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보유는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한반도 장악노선에 따른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숨기려는 북한측의 그 어떤 위선적인 주장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자신들의 시대착오적인 한반도 장악노선으로 야기되고 있는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을 외부세계에 떠넘기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 정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령 북한이 실제로 군사력 부담해소와 경제재건을 원한다고 해도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결코 그러한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의 자발적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왔던 외부세계 국가들은 자신들이 북한에 보인 선의가 오늘날 더욱 악화된 핵위기로 돌아온 것에 분노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내심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회의는 아직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기회가 남아있는 이 시점에서 하루빨리 자신들의 핵관련 의혹을 규명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위협하는 핵능력과 기타 군사적 위협 그리고 한국에 대한 적대노선을 폐기할 것을 북한 정권에 강력히 요구한다. 그것만이 북한의 진정한 체제생존과 국제사회 복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