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과 혼란 조장하는 수능 절대평가,
교육경쟁력 떨어뜨리는 역주행이다.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입 수능부터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절대평가 적용 과목의 범위는 공청회를 거쳐 최종 결정되겠지만, 어떤 결론이든 대학 입시정책의 큰 틀이 바뀐다는 측면에서 또 다시 교육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우선 수능 절대평가가 창의융합적 역량을 키운다거나 사교육 부담을 낮출 거라는 정부의 주장은 착각이다. 수능 변별력이 사라지면 대입은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으로 재편되고, 절대평가가 4과목에만 도입되더라도 수능은 상대평가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수요자의 혼란과 학업부담만 가중될 뿐 결코 사교육 억제책이 안 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수능처럼 중요한 입시안의 여론수렴 기간을 겨우 20일만 둔다고 한다.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식이다. 교육은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데 형식적인 여론수렴만 거친다면 과연 이전의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한 설문조사를 통해 차분히 결정해도 늦지 않다. 교육부의 한 순간 잘못된 선택이 1천만 명 학생들의 명운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학 입시는 본질적으로 경쟁을 통해 변별력을 가려내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은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수요자는 특성화된 대학들 중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려줄 대학을 선택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대학을 통제대상으로 삼으며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등 3가지 전형만 허용하려하고 입시 가이드라인을 대학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가 대학들을 줄 새우고 교육의 획일화를 더욱 부추길까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의 평등주의 교육관의 본색이 더욱 드러나고 있다. “상대평가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을 부추겼다”는 대통령 후보 시절의 발언이나,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해소를 강조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사고를 종합하면, 수능 절대평가 정책이 대입 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교육의 평준화’라는 이념지형에 갇힌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평준화를 대학으로까지 확대하려 한다. 사실 수능 절대평가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립대 공동입학제, 공공형 사립대학제 도입을 위한 발판이다. 입시 변별력을 없애야 대학 평준화도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준화라는 덫에 빠진 교육정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세계 많은 대학들이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인재 양성에 혈안이다. 대한민국만 경쟁과 평가를 백안시하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 줄인답시고 대입 제도를 손보고 대학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에서의 경쟁과 변별력을 인정하지 않고 수능 절대평가를 고집한다면, 차라리 선진국처럼 수능을 자격고시로 하고 대신 각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되돌려줘라.

2017. 8. 11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