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법상 결정기준 따랐는지 고민하고 인상액 내놓으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맞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노동계는 1만원(54.5%), 경영계는 6,625원(2.4%) 인상을 제시했고 그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들은 PC방, 편의점 등 8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제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 협상이 진전될 수 없는 분위기로,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직격탄을 맞을 업종 대표들이 불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부가 운영하는 동네빵집의 경우 최저임금이 1만원 오르면,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은 금액이 이들 부부 수중에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역전현장을 고스란히 버텨낼 자영업자는 거의 없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유독 높은 상황에서 이들의 줄도산은 우리사회 중하위계층의 몰락을 불러오게 된다. 중소기업도 기존인력을 감축하거나 신규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취업불경기에 청년들이 그나마 문을 두드리는 중소기업의 고용시장마저도 위축된다.

노동계는 ‘지금 당장 1만원 인상’을, 새 정부는 ‘2020년 시급 1만원’을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임금에 대한 단순비교가 아니라, 경제수준을 고려한 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최저임금으로 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8위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최저임금 산정방식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는데 영국, 프랑스 등은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숙박비를 산입한 반면 우리는 기본급과 고정급만 포함한다. 이처럼 통계의 오류에 기대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여론의 눈을 가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불협화음과 파행이 반복되었다. 막바지에 이르러 공익위원들이 절충안을 제시하면 투표로 최저임금 인상액을 결정했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 분석결과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고집만 피우고 그런 집단을 달래기 위해 인상액을 제시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더 이상 존재할 이유는 없다. 또한 업종별로 지역별로 임금수준과 근로조건 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액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본연의 기능과 결정기준을 숙고하고, 진통을 겪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에서 최저임금 인상액을 논의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무책임한 결정이 자영업자들을 부도의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2017. 7. 11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