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단체의 언론개혁 속도전 주문, 언론의 자유와도 배치된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이 후보자는 진보 언론단체 공동대표와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 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계에서 대표적인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화두로 던지며 해직언론인 복직, 광고시장 정화, 방송시장 문제 해결, 통신요금 인하 등을 개혁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섣부른 개혁보다는 방송·통신 시장의 당면 현실과 복잡한 이해관계구도를 파악해가면서 방송·통신계 정책방향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자의 행적에서 얻은 선입견으로 어느 단면만을 보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면, 이는 또 다른 부메랑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내정된 이후 일부 진보 언론단체와 매체가 후보자에 대해 ‘개혁의 속도전’을 주문하고 나섰다. “점잖은 처신이나 품위 있는 운영에만 머물러서는 현재의 참담한 방송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며 다그치는 내용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이 후보자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논의와 합의를 충분히 거치겠다”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미디어개혁위원회가 필요하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밝히자, “‘합의’를 중시하는 점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실 그들이 밀어붙이고자 하는 개혁과 적폐청산은, 우파정부에서 임명된 방송임원의 사퇴와 종편에 대한 손보기이다. 한마디로 그들 식의 개혁과제이다. 하지만 진보 언론단체와 매체들은 이제껏 언론의 공정성·독립성을 표방하며 언론의 자유를 외쳤던 집단이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내로남불’ 태도로 정부가 언론에 간섭하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꼴이다. 이는 언론 본연의 사명과 거리가 있으며, 새 정부에 대한 또 다른 촛불 청구서나 다름없다. “공론의 장에서 주장과 주장이 부딪히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언론 개혁의 출발”이라고 한 그들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행태이다.

아직 새 정부의 ICT 정부조직개편이 진행 중에 있긴 하나, 향후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방송통신 산업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ICT 산업 발전과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그 산업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 부추기는 ‘불도저식 개혁’을 하다가는 자칫 속도전에 치우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전 정부에서의 앙갚음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그 향배에 줄서는 기구로 전락해선 안 됨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을 터다. 방송의 공정성과 미래산업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이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하고, 외압보다는 그동안 학자로서 견지해온 언론관과 소신에 따라 청문회에 응해주길 바란다.

2017. 7. 11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