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본 역할을 벗어난 ‘자발적 개혁’ 주문…있는 규제부터 풀어라

2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관계자들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김상조 신임 위원장은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이해한 듯,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학계활동을 통해 주장해 온 재벌개혁이라는 감정적인 메시지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한다”는 식의 다소 수위를 낮춰 기업경영 개선을 요청했다. 그러나 특정 기업군과 나머지 기업, 국민을 각기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대립적인 관계로 보는 것, 여전히 특정 기업에 대한 경영개선 내용을 정부가 압박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질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공정위는 어제(22일)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에 대한 과징금을 현재 대비 2배로 올리는 내용의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4대 그룹 경영자들을 만난 이번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하여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 것과 다르다. 기업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사전규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강조한 ‘기업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이미 기업을 흔들고 있는 ‘기존’ 사전규제 수위를 높이고 공정위 인원을 늘려가며 감찰여력을 높이겠다는 사후규제 강화를 숨기고 ‘한국경제와 기업에게 남겨진 시간’을 운운하는 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나 다름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경제 하에서 공정한 경쟁과 거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사법적인 제재를 운운하며 사전‧사후규제로 기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대표적인 기업 몇 군데를 불러 ‘자발적인 개혁’을 주문하는 것은 본 역할에서 벗어나는 행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진정 한국경제와 어려운 기업환경, 국민의 삶 증진을 고려한다면, 기업경영을 흔들고 간섭하려는 공정위의 규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2017. 6. 23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