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와 자사고의 폐지, 교육현장에 대한 이념실험을 우려한다

새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전체 평가대상의 3%정도만 뽑아 평가하는 표집평가로의 전환은, 사실상 학업성취도평가 의 폐지나 마찬가지다. 이는 그 동안 성취도평가가 학교 간, 학생 간 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긴다는 전교조 등 진보성향 교육계의 목소리와 맥을 함께 한다. 하지만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진단하는 기능과, 이를 토대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 또는 취약한 학교를 차등지원하는 기능을 가지는데, 평가의 목적은 후자인 수업·학습의 질 개선에 방점이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폐지되더라도 학생·학교의 격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격차가 수면 아래로 감춰질 뿐이다. 그런데 학생의 학력수준을 어떤 방법으로든 알고자 하는 것이 교육수요자의 마음이다. 교사 또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태를 인지해야 그에 맞춰 지도·교육을 한다. 따라서 성취도평가 폐지가 되레 수요자의 사교육 의존성을 높이고 교사의 학습평가 잣대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낳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성취도평가는 이미 다수 선진국에서 부활해 시행중이고 그 평가 결과까지 일반대중에 공개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와 서울시의 교육감이 자사고와 외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혀 교육계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동안 폐지를 주장한 측은 일반고의 황폐화의 주범으로 자사고․외고를 꼽았다. 그러나 자사고․외고는 고교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 취지로 고교평준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다. 그 역할과 필요성을 무시한 채, 정권이 바뀌었다고 눈에 가시로 여겨온 자사고․외고를 폐지한다면 백년대계인 교육을 근시안적으로 여김을 스스로 방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진보성향 교육계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교·학생 줄세우기로,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 황폐화의 배경으로 몰아왔다. 하지만 이는 교육수요자에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다. 성취도평가에 따른 학생·학교의 격차는 교사자질에 대한 평가와 연계되며, 일반고의 황폐화는 공교육 부실 자체에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교체 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교육개혁이라 내세우면서 정작 정치이념에 의한 기싸움만 벌이다 끝났다. 그 피해는 대립의 틈에 치인 교육수요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지금 가장 시급한 교육현안은 교육경쟁력 강화와 공교육 정상화, 교육의 다양성이다. 이런 중대 과제를 앞둔 만큼 새 교육수장과 교육감들은 근시안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정책이 몰고 올 부작용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2017. 6. 15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