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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6월 6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국빈방문한다. 이번 일본방문에서 대통령은 아키히도 천황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을 시작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과의 정상회담과 의회에서의 연설 등이 예정되어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양국 국민간의 우호증진, 경제 전반의 협력확대기반 구축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으로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을 맞이하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방일 기간중 유사시에 일본의 군사력 사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소위‘有事法制’가 참의원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지난 5월 15일 중의원에서 인준을 거친 문제의 이 법안은 ‘무력공격 사태 대처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안’등 3개 법률을 묶은 것이다. 일본은 외국으로부터 일본이 공격을 받았을 때 지휘계통,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관계, 자위대 활동을 위한 국민의 재산 수용문제 등을 규정한 것 이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일본 주변의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르다. 우선 특수상황을 전제로 한 것일지라도 자국의 방어뿐만이 아닌 타국 영토에 대한 출동 및 공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는 등 전쟁을 금지하는 기존 평화헌법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또한‘유사시 상황’에 대한 규정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하여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민간물자 징발과 국민기본권 제한을 단행하는 등 사실상의 국민동원체제로 회귀하려 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경험한 주변국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안이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 그것도 문제의 ‘有事法制’가 실현될 잠재적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국 대통령의 방일기간 동안에 통과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는데 일본의 역할이 중요한 현재의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有事法制’에 대한 일본의 이같은 태도는 일본의 역할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의심을 가중시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울러 문제의 ‘有事法制’가 일본의 의정일정 상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6월초를 방일 시기로 결정하여 외교상 마찰의 소지를 만든 점에 대한 정부 당국의 외교력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이번 일본 방문기간 중 이러한 우리의 우려를 일본에 전달해야 한다. 방일기간중 만일‘有事法制’가 통과되면 소위 ‘보통국가’로 복귀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일원이 되겠다는 일본의 의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일본 역시‘有事法制’를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서와 같이 국민 총동원 체제로의 회귀가 아닌 기존의 전수방위 원칙 유지와 역내 안보질서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