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중소기업 ‘육성’에 방점두고 경쟁력 높이는 방향으로 견인해야 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지원, 미래부의 벤처지원, 금융위의 기술보증기금관리 업무까지 이관 받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부처 승격으로 예산권이 확보되고 법안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 조정권도 갖는 등 그 위상과 책임도 높아진다. 중소벤처기업부 설치는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공약이기도 하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벤처기업은 한국경제의 산업과 성장활력의 밑바탕이 되는 경제주체이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의 기능과 정책방향은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경제구조가 이를 뒷받침할 환경인지에 대한 선행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의 중소기업 정책은 ‘육성’보다는 ‘지원’에 방점이 찍혀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청 예산의 대부분이 자금지원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성과에 따르면,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한다. 결국 현 정책이 중소기업을 정부 자금에 기대어 연명하도록 하면서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의미이다. 새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는데, 중소기업을 여전히 ‘보호’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중소기업 총괄기관을 부처로 승격한들 중소기업을 중견, 대기업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를 놓더라도 중소기업 스스로 졸업을 꺼리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중견기업 실태조사 결과, 약 7%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세혜택이나 금융지원 감소, 판로규제 등 중견기업이 되면 혜택은 내려놓고 규제는 강화되니 스스로 성장을 멈추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한국경제의 중간허리를 두텁게 하고 경제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육성’ 대상으로 바꾸고 그들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견인할 때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발 이전, 새 정부가 중소기업정책에 대해 냉정히 평가하고 방향 설정을 하길 바란다.

2017. 6. 7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