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일자리 정책,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새 정부가 첫 번째 업무지시를 ‘일자리위원회 설치’로 발표할 만큼 일자리·노동 정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출범 20일을 맞은 현재까지,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등 굵직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방향에 맞춰 기업의 정규직 전환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TF를 발족시켰고, 민간영역에서도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 직원까지 직접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뿌리 깊은 차별대우는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고, 여기에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동일임금·동일노동 원칙 아래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대우를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하지만 새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로 만들기 즉, 단순히 비정규직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인식인 듯하다. 이럴 경우 현재처럼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성 임금체계 구조에서는 오히려 부작용만 야기될 수밖에 없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신규 고용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고, 다수의 구직자의 취업기회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새 정부가 대기업을 타겟으로 으름장을 놓았지만 비정규직의 95%는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에 있다. 또한 다수 공기업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만 고집할 경우 국민세금으로 추가인건비까지 메워주어야 할 판이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정부가 기업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일찍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새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들은 이들에게 절망과도 같은 소식이다. 새 정부가 이런 실상도 도외시한 채 재계를 향해 압박을 가하니, 기업들에 대한 기선제압 아니냐는 뒷얘기도 나올 수밖에 없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노조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강성 노조대표들과 마라톤식 면담을 시작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 공공일자리 감축 등을 모색하고 나섰다. 프랑스와 유사한 노동시장 고질병을 앓고 있는 한국이지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과 다른 방법으로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노동단체가 주장해 온 성과연봉제 재검토 등을 받아들이며 노조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일자리 창출 협력자인 기업에 대해선 소통은커녕 호통부터 앞세웠다. 진정 문재인 정부가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2017. 5. 30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