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복지에 국가재정 이용, 장기적인 안목 없이는 안 된다

19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다. 첫 날, 첫 지시사항으로 문재인대통령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 준비하도록 했다. 일자리 공약은 대선후보시절부터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자리 마련을 목적으로 한 10조원 규모의 추경편성 계획을 비롯해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은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은 한번 늘어나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 대한 재정투입은 장기적으로 투입성과를 유지·확장시킬 수 있는 지까지 고려하여 실행돼야 한다. 단순히 OECD 평균 공공부문 크기만 비교해서는 공공부문의 늪에 빠지게 된다. 큰 공공부문이 우리나라 경제환경에 적합한지, 국가운영에 효율적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추경이 법으로 명시된 추경 편성요건에 부합하는지도 재검토돼야 한다. 소득중심 경제성장이라는 국정목표는 경기 선순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국가경제 체질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방향으로 민간시장에서 이뤄져야 양질의 지속가능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대량실업 상황도 아닌데 국가채무까지 감내하며 단기간에 해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생애 맞춤형 소득지원제도를 기반으로 한 복지공약들도 국가재정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누리과정 국고지원 등 막대한 재정지출이 필요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재정마련방안은 미흡하다. 후보시절 OECD와 IMF 모두 나라살림이 어렵다고 소극적 재정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권고를 한 바 있다며 적극적인 국가재정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발언에만 집중한 인용이다. 코시 마타이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한국경제의 역동성 저하를 큰 문제로 삼았다. 재정지출 권고는 역동성 제고, 정부의 구조개혁 관점에서 나온 권고였다. 공약이 정책으로 모두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 공약들은 철저하게 걸러내 원점 재검토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조금 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복지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제 막 움츠렸던 어깨를 피려고 하는 한국경제의 미래성장기반을 국가가 나서서 위협해서는 안 된다.

2017. 5. 12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