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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6월 9일부터 7월 31일 까지 삼성, LG, SK,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 소속 20여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중에서 SK 그룹은 SK 글로벌 정상화방안 마련과 관련하여 다른 그룹보다 조사시기가 다소 늦춰진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최근의 경기부진을 감안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나 대통령과 재계총수와의 삼계탕 오찬에서의 협력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서 향후 현정부의 대기업정책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현재 공정위는 경기부양정책은 당초대로 추진하되 개혁정책은 개혁정책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며,‘불황기 수술론에 대한 이의’를 고려하여 과거보다 그룹별로 조사대상을 줄였다고 하나 조사대상이나 기간을 감안할 때 조사강도는 그 만큼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법에 의거하여 대기업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으나 시민회의는 작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점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조사시기의 문제이다. 최근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은 경기부양을 위하여 특히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약 2개월에 걸친 조사를 받으려면 투자 등 기업 본연의 일은 뒤로 미뤄질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이행에 관한 조사를 하고 이번에 다시 조사를 하게 되면 기업의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둘째, 조사방법의 문제이다. 2001년부터 개정된 법에 따라 내부거래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공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별도 조사하는 것은 공시의 원칙과 부합되지 않고 기업에 2중 부담을 준다. 왜냐하면 공정위는 이러한 공시를 보면서 법위반 여부를 감시할 수 있고 위법사실이 포착되면 개별기업을 조사하여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6대그룹의 주요기업을 일괄 조사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셋째, 조사대상도 문제이다. 행정조사도 사법조사와 같이 구체적인 혐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번처럼 6대그룹의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하면 해당기업은 물론 그룹의 이미지가 국내외에서 크게 손상될 수 있다. SK 글로벌 문제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가운데 6대 그룹이 조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신인도를 하락시킬 것이다.
끝으로, 공정위가 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계좌추적권은 내년 3월에 시한이 만료되며, 공정위는 이 권한을 영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번 조사가 계좌추적권을 연장시키기 위한 명분축적용으로 이용된다는 인식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며, 따라서 그만큼 조사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시민회의는 외환위기 때 보다 더 나쁘다는 현 경제상황 하에서 이번의 공정위 조사가 기업경영에 지장을 주거나 한국기업에 대한 국내외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저하시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경기회복은 정부의 각종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종국에는 부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주체로서 기업과 기업인의 왕성한 기업활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