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조세, 이대로 둘 순 없다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 규모가 최대 2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준조세는 법적인 의무 없이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 준조세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준조세가 사실상 조세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정권의 눈치를 보아가며 출연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를 자발적이라고만 표현하기는 어렵다. 사실 준조세 문제는 한국의 오랜 관행이자, 적폐다. 전두환 정부시절, 일해재단부터 시작해 역대 정권이 모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근혜정부 역시 창조혁신센터, 청년희망펀드, 평창동계올림픽 등 정부 예산으로 시작되어야 할 사업들까지도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으로 이를 충당해왔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면, 예산을 통해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자 상식이다. 공정위, 국세청, 검찰, 경찰 등 사정당국과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규제권한을 움켜쥐고 있는 정권이 준조세를 강요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약탈적 준조세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최순실 사태이후 정치권에서도 준조세 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국회 역시 준조세 논란의 공범이다. 농어촌 상생기금처럼 10년간 기업이 1조원을 조성하게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준조세다. 기금의 외피를 둘러쓰고 있지만 사실상 세금에 가까운 준조세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국회다. 준조세 금지법을 비롯해 출연금에 대한 공시 확대 등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자칫 사회 구성원으로써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가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2017. 1. 10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