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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 해상에 대한 북한의 침범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이후 북한 어선은 거의 매일 수척씩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연평도 근해에 대한 침범을 시도해왔으며, 이때마다 해군 고속정이 나서 이들을 제지해야 했다. 지난 6월 1일에는 오전 10시 4분 경부터 세 차례에 걸쳐 무려 8척이나 집단으로 NLL을 월선하면서 수 시간동안이나 서해 해상을 침범했으며, 결국 해군측이 교전수칙에 따라 다섯 차례에 걸친 30여발의 경고사격까지 동원한 끝에 북한 어선들을 제지할 수 있었다.
연평도 등을 비롯한 서해 5도 해역은 꽃게잡이 어장이라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이다. 이 곳은 지리적으로 북한과 매우 근접하여 대북 경계태세가 높을 수밖에 없는 접경지대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 남북한 양측의 수도에 대한 손쉬운 접근 통로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기능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 서해 5도 해역은 1953년 휴전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한번도 포기된 적이 없는 한국의 실효적 지배하에 있는 지역이며, 따라서 엄연히 한국의 국가주권이 적용되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서해 5도 해상을 침범하는 동기가 단순히 꽃게잡이와 같은 경제적 이익추구에만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곳에 대한 남북한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여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북한이 서해상에서 실시하고 있는 꽃게 어로활동은 서해와 인접한 각 지방 수산사업소와 북한 해군 소속 외화벌이 기관이 자체 보유 어선을 동원해 나서고 있다. 그중 꽃게가 많이 잡히는 NLL 인근 수역은 북한 해군사령부 소속 어선들만이 조업이 가능하다. 지난 2000년 3월 일방적으로 선언된 소위 ‘서해 5도 통항질서’는 바로 북한 해군사령부 명의로 발표된 것이었다. 요컨대 북한이 서해 5도상에서 꽃게잡이를 통해서 확보하는 외화는 바로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묵과될 수 없는 일이다. 앞에서 언급된 NLL 인근 서해 5도 해역의 지리적, 군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 지역에 대한 북한측의 동기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한국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 외부세계가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문제를 직접 조장하여 자신들의 일방적 이익이 보장되는 요구의 관철을 강요하는 수법으로 자신들의 체제지속과 한반도 장악이라는 자신들의 궁극적 목적을 추구해왔다. 이번 서해 5도 해상에서의 도발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로활동을 빙자하여 서해 5도 해역 내 한국측의 방어태세를 시험하고, 한국측이 헛점을 보일 경우 기습도발하여 이 지역에서의 소모적 충돌을 강요하고 한국측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기고, 그 결과로 한국 스스로 이 해역에 대한 북한의 우세 내지 이익을 보장해주도록 강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실현된다면 북한은 민간 어업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대남 군사위협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되며, 한국 국력의 심장부인 수도권을 보다 용이하게 위협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는 동시에, 현재의 한반도 정전체제를 더욱 심각하게 위협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한반도 장악노선을 평화체제의 이름으로 한국과 외부세계에 강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입장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다.
한국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평화적인 방식을 통한 협력을 요청할 수도 있음에도 서해 5도 해상에 대한 일방적인 침범을 일삼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그들의 동기가 단순한 경제적 동기뿐만이 아닌 한반도 장악을 위한 악의적 의도에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과의 소모적 충돌 위험을 회피하는데만 급급하여 북한에 양보를 해주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정당한 이익과 주권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만일 독도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와 일본 어선이 같은 행태를 보일 경우에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북한의 그러한 행태가 결코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임을 북한 당국에 분명히 전달하고, 한국의 엄연한 실효적 지배하에 있는 서해 5도 해상을 지키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