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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6월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다. 이에 즈음하여 각 단체들이 노무현 정부의 100일을 평가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이때쯤이면 정부의 국정 청사진이 가시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국가의 운영방향에 대한 실질적 조언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단체들의 100일 평가를 통해 칭찬도 나올 것이고 뼈아픈 충고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정부의 겸허한 수용의 미덕이 요구되는 때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는 새 정부 출범 100일을 전후해 TV, 라디오 등 방송 매체 및 신문 잡지를 집중 활용해 대대적인 정부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국무조정실은 ‘참여정부 출범 1백일 성과 홍보계획’을 마련하고 지난 22일 각 부처에 분야별 정책성과를 중심으로 한 홍보계획을 마련해 26일 오전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각 부처 장 차관은 방송사에 1백일 계기 회견을 사전에 요청하고 TV 및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요 일간지에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는 칼럼이나 기고문을 게재하고 언론사와 간담회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총력전이다.
도대체 100일 사이에 어떤 성과가 얼마나 있었기에 그렇게 대대적 홍보를 한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 국가안보위기, 전교조, NEIS문제, 노사갈등, 실업 등 다양한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정책, 담당부서들이 제각기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홍보계획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이번 계획이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해온 정부의 그간의 주장과 모순이 된다는 점이다. 정부라 하더라도 사회의 공기인 언론을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또 이 과정에서 권언유착의 의혹이 새롭게 불거져 나와 또 한 번 사회혼란이 초래될 것은 자명하다. 정부의 계획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이 기간동안 국민들은 어디를 가나 국정 홍보방송을 보고 듣고 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정부가 고작 100일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이렇듯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보다 생산적인 일에 쓰여야할 정부의 역량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공무원들이 황급히 홍보자료를 만들기 위해 휴일도 없이 동분서주했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시민회의는 정부가 ‘참여정부 출범 1백일 성과 홍보계획’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이 기간 동안 정부 부처의 수장들은 홍보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서기보다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평가들을 수집하러 다녀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100일 된 정부의 성급한 자기과시보다는 신중한 자기반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참신한 새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걸음일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