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울메트로 감독부실 책임지고 관피아 불평등계약 없는지 전수조사하라

열아홉 살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구조적인 폐단에서 출발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크린도어 정비 등 5개 분야의 용역계약에서 서울메트로는 퇴직 직원들이 재취업한 하청업체들에 계약 우선권을 주도록 정해놓았다. 서울메트로 출신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우선 배치하고, 부족하면 신규 채용 직원을 임시 배치하도록 한 것이다. 그 퇴직자에게는 기술 보유 여부도 따지지 않았다. 지방공기업 하청업체에까지 번진 뿌리깊은 ‘관피아’구조이다.

게다가 서울메트로는 ‘메피아’의 급여와 복리후생비, 퇴직금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계약을 맺었다. 메피아에 대한 후한 대우 때문에 용역업체는 쥐어짜기식 경영을 해야 했다. 그러니 기술 자격증도 없으면서 월400만 원 받는 메피아들은 사무실에 있고, 메피아 급여의 반도 못 받는 비정규직은 매일 지하철역 곳곳을 뛰어다니며 수리·정비 작업을 떠맡았다. 인력상황으론 2인 1조 원칙도 지켜질 수 없다. 결국 서울메트로가 퇴직자 자리 봐주느라 용역업체에 갑질하고 하청업체 근로자를 더 위험한 근무환경으로 내몰은 것이다.

퇴직자 고용승계와 불평등 대우 등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간 계약 문제는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서울메트로와 용역을 맺은 다른 정비업체가 낸 진정서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서울메트로 출신자와 자체 고용자의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의 지급액 격차를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만약 이때 서울시가 보다 근본적 원인을 들여다보고 구조적 문제를 발견했더라면,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수차례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심각한 자본잠식과 영업적자 등 재무상태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메트로 등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해 경영과 조직운영의 주요사항에 근로자가 참여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번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에서 드러난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과 퇴직자 챙기기 구태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근로자이사제 도입보다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세월호 사태가 해피아에서 비롯됐듯이 이번의 안타까운 사건도 메피아의 폐해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울시는 산하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다른 산하기관의 용역업체에도 관피아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

2016. 6. 3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