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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이라는 조직은 추구하는 목표와 운영의 속성상 다른 어떠한 조직과는 다른 조직이고 또 반드시 달라야만 한다. 敵을 명확하게 개념화하고 그 위협과 공격을 거부해야 하며 필요할 때는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군의 속성은 자신의 생존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을 운영하는 특별한 체계나 기법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흔히들 확실한 위계질서, 엄정한 기강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1. 최근 국방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군 지휘체계의 해이와 붕괴조짐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수도방위를 주 임무로 하고 군의 최정예부대라고 일컫는 수도방위사령부의 초병 총기 피탈, 귀신 잡는 해병이라 자임하는 해병대의 실탄 도난, 지휘관급 장교의 기밀유출 등이 그 예이다.
2. 여기서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군 기강의 해이보다는 위계질서의 붕괴 조짐이라는 점이다. 사병들의 근무 해이로 인한 무기 피탈이나 실탄도난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훈련과 경계를 강화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실탄 도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군 조직의 중요한 기밀문서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지휘관급의 장교 층에서 발생한 정직하지 못하고 비윤리적인 행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군의 근본기강과 관계되는 것임을 우리는 지적하고자 한다.
3. 작금의 군 위계질서의 붕괴조짐이 혹여 남북화해분위기에 휩쓸려 훈련의 강도저하, 경계태세 이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복잡하고 혼돈된 가치질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아니면 군 지휘부의 한눈팔기 식에서 비롯된 군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4. 이제 군은 환부에 대한 단순한 도려내기 식의 단순처방의 수술에 그쳐서는 아니 된다. 군 상층부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하여 군의 위계를 확립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은 국군이 군인다운 군인이 되길 원하며, 국방다운 국방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대한민국 국군이 다시 국민의 국군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2. 3. 27.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