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 무작정 늘리기에 앞서 ‘부실 감독’부터 시인하라

서울시교육청이 올 하반기 초중고 10여 곳을 혁신학교로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119개인 서울형 혁신학교 수는 2년 전 조희연 교육감이 후보시절 공언한 ‘혁신학교 200개’에 근접할 듯하다. 하지만 혁신학교 확대라는 목표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교육청이 황당한 ‘꼼수’까지 쓰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운영위원회에 혁신학교 신청안을 올리는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엔 전체 교사와 전체 학부모로부터 각각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했으나 이번에는 교사나 학부모 중 어느 한 그룹에서만 50% 동의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준을 ‘전체 학부모’가 아닌 ‘참여한 학부모’ 중 절반으로 바꿨다. 이는 혁신학교 특성상 교사 의지와 열정이 기본이어야 하는데 정작 교사 의견은 묵살하고, 4년 이상 혁신학교 문패를 달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를 일부 참여 학부모 의사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이다.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2016년도 기준 학교당 연간 평균 5500여만 원을 지원받는다. 명목상은 혁신과 창의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금이다. 하지만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3년도 67개 혁신학교 지원예산의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인건비 예산 편중, 수익자 부담 원칙 위반, 혁신학교와 무관한 사업 또는 기자재․시설에 예산 투입, 일회성 축제․행사비 과다 지출, 교사동아리 과다 지출 등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혁신학교 예산 편성․집행 기준 지침조차 지키지 않은 학교도 다수 있었다. 이는 바른사회가 공익감사 청구한 결과에도 드러났는데,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서울시교육청에 ‘혁신학교 운영비 집행 지도․감독이 부적정하다는 주의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그런 부실 감독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혁신학교 수 확대에만 혈안이다. 2015년 2월 서울형 혁신학교 재공모 시, 교육청은 부적절하게 예산 집행을 하거나 지침을 위반한 학교들을 버젓이 혁신학교로 재지정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 재지정에서 평가 기준마저 바꾸며 자사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지만, 정작 예산 지원까지 하는 혁신학교 평가에는 소극적이었다. 바로 혁신학교 간판을 일단 늘리고 보자는 식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 의지대로 혁신학교의 외형적 확대는 이뤄지고 있지만 내실화나 성과에 대해선 여전히 미미하다. 혁신학교에 대한 무작정 예산지원은 일반학교 학생과의 형평성 논란도 낳고 있다. 그런대도 예산집행 기준은 느슨하고 교육청의 감독은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 조 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만 고집하는 건 교육현장을 이념지형의 결투장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지원예산에 대한 ‘부실 감독’을 시인하고, 혁신학교의 확대에 앞서 내실화부터 갖추기를 촉구한다.

2016. 5. 23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