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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8일 제 2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소속 대학생 1000여명이 광주 국립 5.18 묘지에서 기습적인 불법시위를 벌이는 사건이 일었다. 이날 기념식장 내에 기습적으로 난입해 점거농성을 벌인 한총련 소속 학생들은 “미국 방문 당시의 굴욕적인 외교발언을 사과하라”며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한미공조 폐기’ 구호를 외치면서 한총련 합법화와 6·15 공동성명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노 대통령 일행은 정문입장을 포기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총련은 이미 지난 5월 15일 한미 양국간의 공동성명 이후부터 성명서를 통해 “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치욕스러운 사대 예속과 구걸외교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한총련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이 굴욕외교란 말인가? 노 대통령은 지난 방미를 통해서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품어왔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시켰다. 그리하여 핵을 비롯한 현재의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미국의 안정적인 협력을 확보하고, 유사시 북한의 행동여하에 따라 추가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합의하여 향후 북한의 행태에 대한 우리측의 정책상 선택폭이 넓어졌다. 또한 한편으로는 주한 미 지상군의 조속한 재배치 내지 감축시도에 제동을 걸어 선제공격 독트린을 당분간 한반도에 적용시키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방미 성과들은 향후 북한에 대한 협상력을 제고시키는 한편으로 아직 북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남아있음을 주지시켜 북한의 핵의혹을 비롯한 한반도에서의 안보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보다 유리하게 되었다. 이렇듯 국익 극대화라는 기본적 목적에 충실히 부합되는 방미 성과가 어떻게 굴욕외교란 말인가?
우리가 진정 바로 잡아야 할 굴욕외교의 대상은 바로 북한 전체주의 정권이다. 전임 김대중 정부 이래 줄곧 선의를 무시하면서 남북한 관계를 자신들의 일방적 이익추구와 한반도 장악을 위한 장으로 변질시키고, 민족과 자주라는 미명아래 자신들에 대한 추종과 굴복을 요구하는 북한 정권에게 과연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 더구나 지난 2001년 8월 평양에서의 광복절 남북 공동행사 당시 참가했던 국내의 일부 세력은 노골적으로 북한 정권의 한반도 장악노선을 추종하는 언행을 일삼았던 일이 있었으며, 이번 5.18 기념식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한총련도 바로 그 일원이었다. 그들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굴종과 예속을 보여주었던 자들이다. 이런 한총련이 과연 굴욕외교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노무현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당초 노 대통령의 ‘수평적 한미관계’ 주장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해석했던 일부 세력이 지난주 노 대통령의 방미 직후 반발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주의 방미를 통해 핵을 비롯한 북한의 안보상 위협에 맞서 동맹 미국의 보다 확실한 협력과 더불어 여러 정책적 수단을 선택할 수 있으며, 북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있음을 상기시키는 등 보다 유리한 여건을 확보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불안감을 가져왔던 많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역시 기억해야 한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방문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섰으며, 이제 남은 일은 자신들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이에 반발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 정당성을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는 일이다. 만일 그들의 압력에 밀려 어렵사리 본 궤도에 올려놓은 대북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확고한 결단과 실천을 기대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