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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임명 문제를 놓고 또다시 세간이 시끄럽다. 발단은 지명관 KBS 이사장이 “지난번 서동구씨를 밀었던 청와대 라인 쪽에서 '이번엔 정연주씨를 민다‘는 의사를 전달해왔고 결과적으로 정씨가 신임 사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힌 것이 동아일보에 보도되면서 부터이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지 이사장이 “정 사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류균 전 KBS 정책기획센터장도 청와대의 다른 쪽 라인에서 부탁하는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두 후보 중 누가 이사회에서 선출되었든지 청와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 개입설로 임명 9일 만에 물러난 서동구 전 사장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에서 자신이 인선에 개입한 것을 시인한 뒤 신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이제 언론 근방에 가서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측근들이 어긴 것이다. 비록 노대통령의 직접 개입이 아니고 청와대 측근들이 특정 인사를 미는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 한 것이지만, 방송사에 전화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방송사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은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노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해도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인사 청탁한 자는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아닌가.
KBS는 국가의 기간방송으로 그 영향력이 막대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경영은 TV수신료와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이른바 국민이 주인인 방송이다. 따라서 이를 이끌어 가야 할 사장은 전문성은 물론 방송의 공정성을 답보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임명 된 정연주씨의 경우 청와대와의 관계는 물론 그가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있을 때 내 보인 특정 신문에 대한 공격적 발언, 대미관련 발언들을 볼 때 이를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는 그가 취임 3일 만인 지난달 30일 부사장과 7명의 본부장을 전격 교체한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오죽했으면 지명관 KBS 이사장이 공기관의 사적인 운영을 우려하는 항의 편지를 적어 정 사장에게 보냈겠는가?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가 자초한 권언유착의 늪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부인한다 하더라도 방송과 신문에 대한 차별, 특정 매체에 대한 총애는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옛 벗에 대한 보은보다는 이러한 때일수록 비판을 가하는 쪽을 북돋아 생생한 비판을 약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회의는 대통령이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언론정책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촉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번 정연주 사장 임명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여부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