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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회 정보위원회 전원의 ‘부적절’ 의견에도 불구하고 고영구씨를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한지 불과 며칠도 안된 시점에서 이번에는 ‘불가’ 평가를 받았던 서동만 상지대 교수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되었다. 과거 오랫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대외, 남북한 관계정책 자문을 맡았으며, 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하는 등 노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국정원의 개혁을 이루는데 적임자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에 다시 한번 깊은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국정원은 국가생존의 실존하는 위협인 북한 정권의 적대적 대남노선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 정보, 방첩 임무를 담당하는 다분히 현실주의적인 성격의 기관이다. 북한과의 협력과 교류 가능성을 전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통일부와는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기관이다. 이런 기관에서 불분명한 북한측의 성의만을 기대하려는 대북관을 가진 인물을 국정원의 고위 인사에 임명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성격을 변질시켜 국가안보에 심대한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무시될 수 없다.
기획조정실장이 어떤 직책인가? 해당 기관의 예산과 인사를 담당하여 활동의 내용과 성격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정부는 그동안 정권안보와 국민인권 저해의 오명을 안아왔던 국정원을 법치적 민주국가에 걸맞은 국가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취지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자부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보기관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맞는 인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국정원 고위인사의 결정은 정보기관이라는 조직의 코드에 맞춰져야지, 정부의 자의적 코드에 맞추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정부가 현재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정보기관의 업무성격에 부합하면서도 국정원 개혁에 충실한 납득될 수 있는 인물을 새로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의 코드를 정보기관 고유의 코드보다 앞세우려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보기관을 정권안보의 시녀로 전락시켰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일 뿐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