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북한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던 미국, 중국과의 3자회담에서 당면 문제에 대한 소위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내놓았다고 주장하였다. 한국과 미국 등 외부세계 역시 북한의 핵보유 인정 발언에도 불구하고 3자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주 3자회담 당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여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수단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단 북한이 제의했다는 소위 ‘대담한 제안’은 본질적으로 이전부터 주장해온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체제보장을 전제로 하는 핵문제 해결’이란 요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된다. 때문에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미국에 요구해왔던 체제보장의 형태를 불가침조약 대신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형태’로 완화시켰으며, 지금껏 미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안보상의 우려 해소, 핵문제의 해결’ 등 추상적 수사로만 언급되어왔던 자신들의 핵포기 가능성과 그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인정 파문 이후 중단되어온 대북 중유공급을 우선적으로 재개하는 것 이외의 추가적 경제지원 요구를 유보하겠다는 대목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이 기존의 주장내용에서 조금이나마 유연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외부세계와의 타협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아직 성급한 낙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북한은 나름대로 자신들이 대담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의 입장에서 이번 북한의 제안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한국과 동북아시아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안보위협은 핵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화학무기와 이들의 운반체인 장거리 탄도미사일 그리고 한국을 직접 겨냥한 전진배치된 공격용 재래식 무기 역시 반드시 다뤄져야 할 문제다. 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위협이긴 하지만 그 역시 이러한 여러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핵의 포기 및 투명성 규명만을 가지고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추가적인 경제지원 요구를 유보하겠다고 하면서 중유공급을 우선적으로 재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북 중유공급의 중단은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도한 것에 따른 조치였으며, 이미 그들 스스로가 국제사회와 한국과의 약속을 어긴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이상 북한측의 원상복구가 선행되지 않고서 중유공급을 재개하라는 것은 누가 봐도 지나친 요구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 외부세계가 “나쁜 행동이 보상받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의 이번 제안에서도 기존의 대남 적대노선 수정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미국에만 국한된 관계개선을 통해 한국을 고립시키겠다는 북한의 전형적인 한반도 장악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일 북한이 진정으로 체제보장과 경제재건을 원한다면 외부세계에 ‘보다 과감한’ 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핵을 포함한 기타 대량살상무기의 가시적 폐기, 전진배치된 공격용 재래식 무기의 감축 및 후방이동, 그리고 한국에 대한 기존의 적대노선 철회까지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최근의 3자회담 이후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의 핵보유 인정에 따라 북한의 의도를 불신하는 이들의 경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자발적인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북한이 저지른 문제조장에 대한 원상복구 요구도 강해지고 있음을 북한 정권은 잊지말아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의 평화공존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대남 적대노선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시민회의는 북한 정권이 그들 스스로의 생존은 물론 동족 한국과 동북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의 안전 및 번영을 위해 ‘보다 과감한’ 결심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