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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 등 3개국은 지난 2003년 4월 23일부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해 왔다. 이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이번 3자회담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으로 인한 지금까지의 긴장상태를 타개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노력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02년 10월에도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그러한 기대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내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3자 회담에서 북한측 대표인 리근 외무성 부국장이 “북한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측에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측의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는 좀 더 살펴봐야 하지만, 만일 사실일 경우 이는 한국의 국가생존과 7천만 민족의 운명 그리고 동북아시아와 세계 전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미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을 보유했다면 이는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여부가 전적으로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손에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의 다원주의성이 북한의 내정간섭적 대남 공세에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한국을 더욱 심각한 북한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내외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국가경제에 근본적인 타격을 가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동북아시아 전반의 핵확산과 군비경쟁을 부추겨 한국의 안보환경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요컨대 북한의 핵무장은 한반도를 ‘21세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에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한국의 비전을 산산조각낼 것이다.
북한은 조속히 동족 한국과 세계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현재 전해지고 있는 3자회담에서의 핵보유 인정 여부를 명백하게 해명해야 한다. 이전처럼 모호한 수사적 문구와 호전적 용어만 앞세우거나,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CND) 이전의 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그 누구도 세계 안보질서를 어지럽힐 핵무기의 무분멸한 확산으로 이어질 북한의 핵무장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경솔한 태도는 그나마 북한의 성실한 협력 여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도리어 북한의 의도에 불신을 품고있는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뿐이다. 그 결과는 북한 정권의 급속한 약화 내지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과 동북아시아에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가 수반될 수도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체제생존이라면, 우선 동족 한국을 비롯하여 자신들의 핵무장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는 외부세계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입증가능한 방식으로 핵능력 투명성을 규명, 폐기해야 한다. 아울러 체제보장이라는 이름으로 미국만을 불가침, 평화협정의 상대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에 대한 안보상 우려 역시 해소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타도대상으로 규정하는 조선로동당 규약상의 내용과, 지금도 존재하는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등을 즉시 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를 단순히 한국을 겨냥한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반도 장악노선의 일환으로 의심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 등을 위시한 외부세계는 우선 북한의 명백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체제보장을 대가로 핵포기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북한이 평화적으로 핵무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직 포기해서는 안된다. 외부세계가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아직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이 한국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북한이 끝내 이러한 기회마저 거부한다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의 현상타파를 용인하지 않을 것 또한 한국과 외부세계는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