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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영구씨를 예정대로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이념의 편향성 및 정보 부문에서의 전문성, 자질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서 반대의사를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현 시기에 국가정보원장 자리에는 전문성보다는 국정원의 업무를 바로 세울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고영구 내정자의 임명을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한편 여당 내부에서는 정보위의 반대 의견을 ‘냉전적 시각에 매달려 국정원 개혁이라는 당면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는 고영구 내정자가 현재 상황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는 적임자가 아니며, 따라서 임명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개혁이란 명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오늘날 한국은 현존하는 북한의 안보 위협 대응과 더불어 한국의 국력신장에 따른 국익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민주의식도 크게 높아졌다. 따라서 국정원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한정된 범위 내에서 특정 정권의 안보를 국가안보로 포장했던 초법적 기관으로 남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취지대로 국가이익을 지키고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대내외적 정보활동에 전념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국정원은 결코 통일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교류, 협력을 실천하는 것은 통일부가 할 일이다.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북한의 대남 적대노선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국가생존에 직결되는 대공, 방첩 분야를 보다 발전시켜 북한과의 ‘평화번영정책’이 국가안보의 기초 위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력 가능성에 임무의 무게를 두는 통일부와는 달리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대남 적대노선에 대한 경계를 전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본분이다.
이 점에서 고영구 내정자는 분명 부적합한 인물이다. 비록 ‘북한이 대남 적화전략을 수정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긴 하지만, 그러한 북한의 안보위협이 현존하는 상태에서 국가보안법 자체의 개정이나 반국가단체로서 북한을 명시한 조항 등의 삭제를 언급하는 것은 직책에 걸맞다고 하기 어렵다. 인권 변호사로서는 모르겠지만, 국가생존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살벌한 정보, 대공, 방첩업무를 맡을 책임자로서는 큰 결격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내부 개혁이 아니라 자칫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성격까지 손상되어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북한 핵문제와 내부 이념대립 등으로 인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의 상황에서 해야 할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시민회의는 노무현 정부가 국회 정보위원회를 비롯한 국민 우려를 수용하여 고영구 내정자의 국정원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신 정보기관의 수장에 걸맞은 전문성과 안보의식이 투철한 인사를 기용할 것을 촉구한다. 정보기관은 협력과 화합 자체가 아닌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실주의에 근거한 인물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시민회의의 견해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