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연명시키는 ‘특성화사업’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역행한다

 오늘 교육부가 지역 사업과 연계해 대학별로 각각 다른 분야에 특성화하도록 유도하는 대학특성화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5년간 1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특성화사업이 과연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인지 의문이다. 세계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인구 노령화 영향으로 대학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국내대학은 백화점식 종합대학 위주로 역할과 기능이 중복돼 인력양성과 재정 투자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되는 대학구조조정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의 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당초 부실대학 퇴출에 초점이 맞춰졌던 대학구조조정이 각 대학의 정원감축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정원감축과 정부재정지원을 연계해 사실상 모든 대학의 정원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특성화사업 결과로 수도권 대학은 평균 3.7%를, 지방대학은 평균 8.7%를 감축하게 된다. 정원감축의 배점이 크다보니, 정원을 줄이지 않은 대학들이 탈락하기도 했다.

 결국, 경쟁력 있는 대학까지도 강제로 정원을 감축시키면서, 특성화사업이 명분과 달리 부실대학을 지원하도록 바뀐 셈이다. 반값등록금은 고사하고 정부지원금으로 부실대학을 연명하는데 드는 비용과 정원감축으로 인한 학생당 교육비는 더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육부의 이번 정책은 경쟁력 있는 수도권대학의 정원감축도 불가피하게 수반하게 되므로 교육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함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이라는 대학본연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4년간 교육부 4급 이상 고위공무원 37명이 퇴직 후 대학 등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특성화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지원금을 나누어주는 일에 이들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결국 관피아척결이라는 시대적사명과도 배치된다.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육부의 ‘보이는 손’이 작동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수급은 교육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 교육기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옳다. 나눠먹기식 구조조정이나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부실대학을 퇴출해 수요자인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2014. 7. 1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