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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한 다자간 대화가 오는 4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확인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긴장 악화만을 거듭해왔던 현재의 위기가 간신히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일단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첫 번째 회담에 참여하는 국가가 미국, 북한, 그리고 중국 등 3개국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정작 북한 핵문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한국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일제히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다자간 대화는 단순한 교류나 협력을 논하기 위한 장이 아니다. 한국의 국가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현재 핵을 비롯한 자신들의 대량살상무기 폐기의 대가로 미국 등 외부세계의 체제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한국을 타도대상으로 규정하는 한반도 장악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는 사실상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우위를 인정하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한국의 국가생존 여부와 직결되는 사활적 이익이 걸린 사안들이다. 만일 이러한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된다면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994년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 핵합의가 체결될 당시에도 한국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철저히 배제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얻는 것을 용인해야 했으며, 북한의 기존 핵시설 대체를 위한 경수로 사업에 막대한 비용만 떠안는 부담만 안았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 핵위기가 재발했을 당시에도 정부는 중재자 역할 운운하면서 미국에 북한과의 직접대화 착수만 재촉하는 등 국가운명과 직결되는 이 문제를 남이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렸다. 그 결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무색하게 첫 번째 대화에서부터 한국이 배제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만일 북한이 이를 한국의 당사자성을 거부해온 지금까지의 태도를 합리화시키는 근거로 악용하려 들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아직 비관만 하기는 이르다. 정부가 “한국의 참여 없는 실질적 논의는 있을 수 없다.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장소에서 논의된 사항에서 초래된 부담은 결코 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 국무성의 대변인이 “이번 3자 회담은 예비적 단계(preliminary step)”라고 말한 점 역시 아직까지는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불상사를 막을 기회가 남아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외교적 역량을 결집시켜 가능한 한 빨리 한국이 다자간 대화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국가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번 다자간 대화의 향방이 한국을 배제시킨 가운데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자국의 운명을 남의 처분에 맡기는 굴욕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