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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의심토록 하는 일이 두 차례나 눈에 띄어 물의를 빚고 있다. 우선 최근 개최된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북한 인권의 실태에 대한 국회의원의 질의내용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김창국 위원장은 “계량화된 자료가 없다. 북한의 인권 실체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고 있다.”라고 답변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한 지난 10일 유럽연합(EU)이 제출한 내용을 근거로 곧 제59차 UN 인권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탈북자 문제 등이 포함된 대북 인권비난 결의안 표결에 정부가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 역시 실망스럽다. 이에 대해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등 탈북자 및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과 정치권에서도 이번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면서 북한 주민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불과 이틀 전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정부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북한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던 점을 생각할 때 이번 정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북한 주민들 역시 법적으로 엄연히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지도록 되어있는 국민의 범주에 포함되어있다. 북한 정권의 존재로 실질적인 행정력 밖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삶의 질에 대한 기본적인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는 것은 정부로서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이 점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에 대한 계량화된 자료나 정보가 없다는 국가인권위의 발언은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국내외 비정부기구들이 증명한 북한 내 주민들의 인권탄압 실태에 관한 숱한 자료들과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된 탈북자 관련 실태 보도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단 말인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개최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정부가 표결에 찬성하는 것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실질적인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을 분석했고 그런 맥락에서 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정부가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기본적 목적이 무엇인가? 바로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독재와 기형적인 선군정치 노선으로 죄 없이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남북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이다. 대북 평화번영정책은 독재와 박해 그리고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비롯한 민족 전체를 위한 것이지 전체주의 정권의 소수 기득권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문제는 현재 당면하고 있는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문제와 마찬가지로 언젠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서조차 북한 정권의 눈치보기에 급급한다면, 더 중대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우리의 요구를 북한에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과거 강제징용 및 정신대 문제 등에 항의하는 것은 일본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일본과의 보다 건전한 관계를 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엄연히 존재하며 우리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오도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립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대북 평화번영정책의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