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파업철회 미끼로 밥그릇만 키웠다
박원순 시장은 낙하산사장처럼 안일하게 타협

당초 오늘부터 철도노조와 연대파업을 선언했던 서울메트로 노조가 박원순 시장과의 협상 끝에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열흘을 넘고 있는 철도노조파업으로 시민불편이 극심한 상황에서 지하철까지 가세하지 않은 건 다행이다. 그러나 철도노조 파업으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상황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요구사항을 관철시킨 서울메트로 노조는 공공성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협상을 통해 서울메트로 노조가 챙겨간 몫을 보면 과연 서울시 지하철의 주인이 시민인지, 노조인지 헷갈린다. 서울메트로는 감사원과 국회에서 지적당한 퇴직금 누진제를 작년 말 폐지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불과 1년 만에 이를 뒤집고 퇴직금 손실분 중 50%를 서울시가 보전하기로 합의했다. 서울메트로의 최근 3년(2010~2012)간 적자는 6400억 원에 달한다. 기업이라면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이 있었겠지만, 서울메트로는 오히려 이 기간에 20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불과 며칠 전 정부는 공기업 합리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불합리한 단협 수정사항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업에 대해 기관장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 주무기관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협상에서 자신의 임기동안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장은 지하철 노조의 임금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누적된 부채를 떠안게 된 서울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했어야 옳다.

‘파업은 없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상식을 벗어난 요구라면, 시민의 입장에서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동안만 조용하면 된다는 낙하산 출신 기관장의 행태를 이번에는 박시장이 보여줬다. 영하의 날씨에 출퇴근 시민들이 겪을 불편을 담보로 서울메트로 노조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철저히 챙겼다. 이것이 앞에서는 공공성을 이야기하지만, 뒤로는 공공성을 빌미로 밥그릇을 키워나가고 있는 서울메트로 노조의 민낯이다.

2013. 12. 18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