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청와대는 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인사시스템 개혁방안’에서 올해 안으로 공무원 단체에 노동조합 명칭을 허용하고 6급 이하 공무원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인수위 국정보고대로 공무원은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제한된 단체교섭권을 보장받는 등 전교조 수준의 노동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ILO나 OECD회원국의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공무원의 권익 신장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조를 허용될 경우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공무원 노조가 인정되고, 상급단체에 가입이 허용될 경우 공무원이 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발생될 것이다.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해 관리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역으로 노조의 지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상급단체가 전 사업장의 파업을 지시하면 공무원도 공식적이진 않더라도 집단휴가 등의 방법으로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 그리고 공무원 노조가 상급단체에 교섭을 위임할 경우 상급단체가 공무원들의 임금과 복지수준 등을 이유로 정부와 맞서 투쟁을 벌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둘째, 단체 교섭에 있어서도 공무원의 임금 등 정부예산을 결정하는 것은 국회인데 공무원 노조와 임금 인상률 등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국회의 예산 결정이 늦어지거나 행정부와 입법부가 엇박자를 낼 경우 노사대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 자칫하면 거꾸로 행정부가 입법부의 기능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민에게 봉사를 해야 하는 공무원이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꼴이 된다.
셋째, 공무원이 노동자라면 사용자는 당연히 국민이기 때문에, 노사의 개념도 일반기업에서와 같이 분명치 않다. 공무원은 노동자 이전에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에,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조결성은 스스로를 이익단체화해 공무원이라는 명예로운 직분을 저버리는 처사이다. 공무원노조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경찰노조, 군인노조도 결성되지 말란 법이 없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공무원의 권익 신장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공무원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의 일반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봉사자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노조 이외의 다른 대안을 제시해 공무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사업 환경의 첫 번째 애로사항을 노조문제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에게 까지 노조를 인정할 경우 문자 그대로 ‘노조 천국’이 되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정부는 정책접근에 있어 사회 전체의 공공익보다 소수의 권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일일이 대응하는 포퓰리즘적 해결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며, 개혁 추진의 올바른 프로세스라고 본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