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예산요구서를 공개하라

기재부 예산실과 각부처 협의후 정부예산안 확정
사업비 원안과 증감된 사유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20개 국가기관, 예산요구서 비공개

우리나라의 예산심의는 매년 법정 시한을 넘길 뿐만 아니라, 밀실심사-쪽지예산 논란으로 부실한 예산심사란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원칙을 알 수 없는 정부의 예산 편성이다.

정부와 국회는 예산 편성권과 예산심의권을 각각 가진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6월 30일까지 예산요구서를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고, 부처 협의 과정 등을 통해 국회에 제출할 최종예산안이 결정된다.

문제는 예산의 편성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가 일체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3부(행정, 입법, 사법) 20개 기관에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각각 정보공개 청구하였으나, 모두 내부 의사결정중 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거나, 연장통지 결정 기한 이후에도 공개하지 않고(고용노동부) 있다.

예산편성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인 예산편성이다. 즉, 각 부처가 얼마나 적절한 예산 요구를 하고 있는지, 예산의 증액과 감액의 원칙이 무엇인지, 국민의 세금인 예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가 가장 핵심일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공개도 없이, 기재부와 각 부처의 협의만으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 문제다. 정보공개를 확대해나가겠다는‘정부3.0’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한다면 이는 정보가 아닌 ‘홍보’에 불과하다. 하물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국가 예산편성과 협의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논리’는 이해하기 힘들다.

각 기관이 내세운 이유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 제5호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 그러나 예산 요구서 공개가‘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부처들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기재부 예산실과 각 부처들끼리 협의해서 결정하는 과정이야말로‘공정한 예산 편성’에 역행하고 있다.

기재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요구서와 국회에 제출되는 최종 예산안을 비교함으로써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되는 각 기관들이 요구하는 예산이 타당한지, 기관들 사이에 같은 항목임에도 다른 예산으로 잡혀있지 않은지, 합리적인 증액과 삭감이 아닌 부처 파워에 의해 예산이 결정되지 않는지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즉시 각 부처별 예산요구서를 공개하고, 불합리하거나 사업타당성이 없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하는 논의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참여이고, 이를 위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는 예산 요구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신들이 요구한 예산요구서의 내역에 대해 떳떳이 근거를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산편성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예산편성에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예산낭비신고 센터’운영(2005년부터) '행복한 나라살림 아이디어' 공모, `국민이 행복한 나라살림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부처별 예산요구서’는 공개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7월9일 각 부처 예산요구서 현황을 발표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전체 금액만을 알 수 있을 뿐 개별 사업에 대한 예산 현황을 파악 할 수 없다.

원활한 예산 심의를 위해 예산요구서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국회 역시, 정작 자신들의 예산 요구서는 공개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대법원,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기관들이 예산에 관한한 철저한 담합으로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기관들은 예산요구서 공개를 통해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밝히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모습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별표1. 정보공개청구 기관 목록

1) 헌법 제54조 2항
2) 헌법 제54조 1항
3)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 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4) 국방부는 정보공개청구한 예산요구서 전문이 아닌, 요약본만을 공개.

2013. 7. 29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