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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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이 1999년 6월~8월 사이에 노대통령의 두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 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에게 2억과 5천만원을 제공해주었다는 물적 증거를 확보하고도 지난해 6월 내사를 중단하였다. 6일 드러난 이 사실은 관련자가 대통령의 측근이며 검찰의 정치적 은폐의혹이 있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새 정부 출범과 검찰 개혁이 단행된 이후 정권 초기의 첫 정치적 비자금 사건으로 정부와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의지를 확인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해 6월 공적자금 비리수사의 하나로 보성그룹의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건을 수사하면서 금품수수의 진술을 받고도 내사를 중단한 것은 검찰이 은폐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었고, 보성그룹 계열사인 L사 자금담당의 이사가 10여 차례 이상 일관되게 금품수수를 진술하였으나 검찰은 이를 무시하였다. 이는 "2억5000만원" 관련 진술을 받은 6월24일이 노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4월27일)된지 2달밖에 안되어 대선에의 타격을 염려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고, 더욱이 노대통령의 수사지시 후 다시 수사가 재개된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이러한 내사 중단이 일부 정치적 검사들에 의해서인지, 외부적 압력에 의해서인지 객관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행해져야만 검찰의 은폐의혹을 씻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종금측의 해명도 당사자들의 주장처럼 2억5000천만원을 단순한 투자자금과 용돈이라고 하기엔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2억원의 현금을 호텔주차장에서 주면서 명함에 영수증을 써 주는 것과 정상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자금 출처와 용도의 투명성을 의심하게 한다. 금품수수 당시가 나라종금이 영업을 재개(98년 5월)한 이후 증권업 진출과 벤처 투자에 열을 올리던 때로 노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줄이 필요했을 시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로비자금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또한, 두 당사자가 지난 답변과 달리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진실 은폐의혹을 받으며, 5000만원의 거액을 대가성이 아닌 용돈이라고 보기엔 상식적인 국민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개 의원 보좌관 신분의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돈이 주어졌다면, 유력 정치인에게는 더 많은 금액이 제공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국민적 실망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뇌물죄 등에서 공직 또는 그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가 수수한 돈의 성격에 대한 대가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이러한 부분에서도 일본과 서구의 예에 따라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즉, 직급마다 일정한 금액을 정해놓고 그 금액을 초과하여 금원을 수수한 사실이 입증되면 대가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뇌물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불행하게도 우리 헌정사에는 어느 정권이든지 권력의 주변에는 검은돈이 오고 갔고, 그때마다 소위 "떡값"이라는 법률용어로 둔갑한 면죄부용 용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내용으로 관련법률의 제·개정을 입법청원하겠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노대통령 및 그 측근들이 연관되어 있고, 더 많은 유력 정치인에게 확대 수사의 여지가 있어 정권 초기 정치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여겨진다. 비록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었지만 그간의 행태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엄정한 수사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이러한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될 때 발동되어야 하는 것이 특별검사제이고, 특검제를 발동하는데 있어 개별적인 사건을 위한 일시적인 사안적 특검제보다는 특검제에 관한 일반법을 제정하여 임시특검제법 제정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과 시간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으로 국력의 낭비를 막자는 '상설적 특검제'를 운용하자는 데 이미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차제에 다시 한번 정부와 정치권에 상설적 특검법 제정을 촉구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 없는 수사"를 검찰에게 요구한 바 있고, 강금실 법무장관이 명예와 목숨을 걸고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의 중립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일단 기대해 보겠다. 이번 사건도 기존 사건들처럼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해명성 수사나 사전 답변을 가지고 행해지는 요식적 수사에 그친다면 검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다. 실추된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한 점 의혹없는 철저하고 완벽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후 검찰의 수사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