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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 반도체 D램에 대한 보조금 예비판정에서 57.37%의 초고율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하이닉스는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D램을 수출할 때 미국에 매달 2천3백만달러 (약 2백90억원)를 예치해야 한다. 유럽연합도 이달 말 하이닉스에 대해 30%대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져, 약 90억원의 예치금을 납부해야 해 자금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예비판정으로 가시적인 예치금만의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장기 대형 공급선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의 거래선 이탈, 고정 거래가 인하 압박, 동남아 우회 수출로 인한 현물시장의 물량증가와 현물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채산성의 악화를 겪을 수도 있다. 단기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하나 D램 시장의 수요 한계와 하이닉스의 신규투자 여력의 부재 및 생산 개발의 효율성의 한계로 인한 경쟁력 저하로 채권단의 각종 회생 방안이 물거품화 될 수도 있다.
99년 LG반도체와 현금 2조5천6억에 4조의 부채를 떠안고 행해진 빅딜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하이닉스는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계속되는 난국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에 빠진 반도체업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사에 매각하기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였다. 그러나, 차익실현을 위한 노조와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 일부 학자들과 관료들의 경영정상화 우선정책 주장과 반도체 시장의 낙관적 전망 제시 등 여론에 휘말려 이사회가 독자생존하기로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통상마찰의 불씨를 만들었다. 또한, 지난해 말 채권단의 21대1의 감자안과 무담보채권 1조 9천억을 주당 4백53원 이상에서 출자전환과 채권 만기 연장 조치 등 대선정국에서 정치적 논리에 입각하여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다.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안겨준 각종 특혜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기대와 달리 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의 불황과 맞물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예비판정은 채권단에 산업은행 등 정부 소유 금융기관이 포함되어 있어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사의 보조금에 대한 제소의 빌미를 제공해 준 것이며, 미리 예견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고 낙관적 자세로 관망하면서 철저한 대처를 하지 못하였다.
기업의 경영과 생존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효율성에 입각한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여론에 치중하여 정부가 무리한 경제 정책을 시행할 때 그 결과의 분담은 국민의 혈세로 해결하게 되고, 결국엔 민심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상계관세 예비판정으로 이라크전쟁, 북핵위기, SK사태와 무역적자 등 경기침체에 처해 있는 국민경제에 더 큰 타격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작은 수요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의 세금이 더 투여되어야 하겠는가? 정부는 경쟁과 효율성에 입각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일관된 경제 정책을 펼쳐 다시는 이와 같은 이중 삼중으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하이닉스는 적극적이고 다각화된 방법으로 상계관세 예비판정에 대응하고, 경쟁력 회복을 위한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투자연구 및 회생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또한, 국민 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철한 상황 분석과 전망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나 미국의 유진 공장 등의 매각도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채권 만기 연장 조치 등으로 회생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