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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과 평화의 이름을 내세운 국내 일각의 일탈행태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파병 동의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을 ‘전범 공범’으로 규정해 내년 총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민주노총 및 지하철 노동조합은 파병안이 통과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선언까지 했다. 경제문제도 아닌 정치문제를 구실로 시민의 발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겠다는 이들 노조의 태도는 결정적으로 자칭 반전-평화운동에 대한 신뢰를 의심토록 만들고 있다. 반전-평화를 명분으로 파병안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모 시민단체가 군인들에게 정부의 파병 명령을 거부하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가 곧바로 거센 항의에 직면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현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반전-평화 공동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실시하고 있다는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수업중에 미국의 폭격과 그에 따른 민간인 피해 등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최소한의 명분도 없는 민중에 대한 일방적인 학살', '오늘 뿌려진 이라크 민중의 피는 내일 우리 민족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전쟁의 서막이며 한반도전쟁의 전초전일 수 있다'는 등의 지극히 일방적이며 선동적인 내용들을 싣고 있다. 특히 이 수업자료에 포함된 퀴즈내용에는 ‘부시 대통령이 공식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면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이라크 침공의 진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과 같은 명백한 가치개입적인 문제를 포함시키면서 채점 결과 100점을 맞으면 ‘평화와 나라,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 80∼89점은 ‘겉으로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평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 80점 이하는 ‘겉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자기본위적 평가를 교육이란 이름으로 내리고 있다. 이는 이번 전쟁 자체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떠나 토론과 참여에 기초하는 참교육을 지향한다는 전교조 자신들에 대한 기만에 불과하다.
이들 자칭 반전-평화론자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행위가 국민의 정당한 권리이며, 마땅한 저항수단이 없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횡포이며, 자기중심적인 독선에 불과하다. 그들 역시 국민 전체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국민 다수의사를 대신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으며, 이러한 행태가 계속될수록 도리어 국민들의 외면만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반전-평화라는 구호는 본래 의미와는 달리 법치와 질서에 대한 위협과 일탈을 합리화하는 구실로 변질되고 있으며, 이는 자신들 주장의 명분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위선에 불과하다.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 그리고 전교조 등은 반전과 평화의 이름을 더럽히면서 국민 경제와 교육을 볼모로 잡는 파괴적인 일탈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그보다는 합법과 상식의 틀 안에서 자신들의 신념을 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