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2003년 3월 26일, 국가인권위는 이라크전쟁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정부와 국회에 표명했다. 7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인권위의 의견서는 한마디로 전쟁과 평화, 그리고 인권문제에 관한 깊은 통찰력이 결여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해체 불이행에 따른 무력침공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 추진 중인 ‘후세인 제거’와 관련해서도 무력행위와 간섭행위를 정당화하지 않고 있다. 유엔의 합법적인 승인을 거치지 않은채 시작된 전쟁에 반대한다.
☞ 국제법상 무력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예외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한 경우나 유엔헌장 제 7조에 따라 안보리가 무력사용을 승인한 경우 그 적법성을 인정받는다. 이라크전은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의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역사는 무력사용을 둘러싼 법적논란이 대부분 현실정치 논리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코소보전 및 아프가니스탄전도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전쟁이었다. 따라서 이라크전의 적법성 논란은 앞으로 전개될 전쟁양상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민간인 희생자의 수,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사용여부, 전쟁기간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의 여론 등의 변수에 따라 그 적법성이 결정되어질 것이다.
☞ 다자간 협의체인 유엔은 대단히 비대하고 경직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분쟁이 발생할시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유엔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탄압, 테러행위, 인종분쟁 등에 관련된 이슈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제대로 된 탄력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면,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집권기간동안 탄압으로 죽은 이라크 국민들이 1백만명이 넘는데, 후세인은 특히 쿠르드족에게 화학무기를 살포해서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과거 이란-이라크전쟁기간동안에 후세인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살충제로 벌레를 잡듯이 이란군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은 이란이 전쟁에서 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이런 범죄를 저지른 독재자 사담후세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단 한번도 제대로 보인 적이 없다.
2. 미국의 무차별적 공중폭격이 시작된 이후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희생자의 수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는 이라크 민간인의 무차별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전쟁이 더 이상 지속되는 것에 반대한다.
☞ 이러한 인권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원래 전쟁은 참혹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까지 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능력(군사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인권위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미국이 무차별적인 공습을 통해 이라크 민간인들을 죽이고 있다는 감상적이고 감정적인 주장만 펼치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이라크 사람들의 인권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면, 왜 인권위는 그 동안 사담후세인이 저질렀던, 그리고 현재에도 저지르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가? 인권탄압의 수준에서 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담후세인은 소련의 스탈린이나 독일의 히틀러나 다름이 없다.
☞ 인권위는 이라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걱정하면서도, 전쟁이 일어나기전 이라크 국민들의 사담 후세인의 철권통치로 인해 죽어갔고, 또 현재 탄압받고 있는 이라크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3. 국가인권위는 정부와 국회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깊이 되새길 것을촉구한다.
☞ 이 세상에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인간성을 파괴하는 전쟁행위를 그 누가 찬성하겠는가? 정부나 국회는 종교집단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극대화하기 위한 존재이다. 이들의 존재이유가 바로 그것에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조직인가?, 아니면 종교단체, 시민단체인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도 찾지 못하는 인권위가 정부 및 국회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한마디로 온당치 않다.
4.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헌법 제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헌법에 명시된 반전, 평화, 인권의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
☞ 사담 후세인 정권의 존속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어긋나는 행위다. 후세인 정권은 지난 20년 동안 이란과의 8년 전쟁과 쿠웨이트 침략 등을 일으키면서 중동지역 재패라는 자신의 야심을 위해 수많은 이들을 전쟁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화학무기를 이미 사용한 적도 있고, 그 외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는 시도를 계속하여 전세계적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라크는 지난 20여년 동안 계속된 후세인 중심의 일당독재 지속으로 인해 이라크 스스로는 물론 해당 지역 및 세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폭압독재정권은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서는 절대로 교체시킬 수가 없다. 현대판 로마제국인 미국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부시대통령은 민주적인 선거절차를 통해 교체라도 가능하지만, 후세인의 이라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대이라크 전쟁목적은 이라크의 합병 및 주권소멸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해제 및 독재정권의 교체에 있다. 따라서 이것을 침략전쟁으로 볼 수는 없다.
5. 국가인권위는 이라크의 인권문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반대하며, 향후 이라크인들이 국제법과 국제인권기구의 협약에 따라 자국의 문제를 평화적, 인도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 이라크전쟁이 시작되기 전 미국은 인도주의적 사안에 관련한 문제는 국제기구인 유엔에 맡길 것이라고 분명히 표명하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사전에 그럴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정부산하조직으로서의 인권위가 현재 당면한 인권문제들조차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은 우서운 일이 아닌가?
6.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의 희생자들이 인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것을 촉구한다.
☞ 인권위의 이 주장은 이라크 전쟁의 희생자들이 인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인권위가 왜 이런 가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인권문제는 초국가적 이슈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히 인권위의 핵심과제이다. 1991년부터 진행된 보스니아 내전에서는 모두 220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였고, 현재 한국군이 파병되어 있는 코소보의 경우에는 대략 100여만명에 이른다. 이런 지역의 난민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권위는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성명서나 논평한번 제대로 내 본적이 있는가?
7. 이라크 사태는 향후 북한 문제와 직결될 수 있고, 지금의 결정은 한반도의 긴장이 격화될 경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정부와 국회가 반전, 평화, 인권의 원칙에 입각해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을 거듭 권고한다.
☞ 이러한 주장은 국제관계를 비롯한 안보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라크 사태가 북한 문제에 그대로 직결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감행하면서 내걸었던 명분가운데 하나가 이라크가 보유한 생화학무기의 제거이다. 핵 및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바꾸어 언제든지 사용가능한 무기개념으로 국제사회의 인식을 바꾼 장본인이 바로 이라크이다. 이라크는 수십차례에 걸쳐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고, 테러를 지원하는 중대한 과오도 저질렀다. 따라서 중동지역의 패권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가진 이라크는 언제든지 목적달성을 위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누구든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여 그것을 제거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북한의 핵개발은 제네바 합의 위반이지만, 아직은 의혹단계에 있고 북한이 사용후 연료봉을 이용해 플루토늄을 생산, 수출하거나 정전협정 파기, 미사일 발사실험, 핵무기 및 생화학무기 및 그 전달수단의 확산 등과 같은 금지선을 넘지 않으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북한 핵문제를 다룸에 있어 미국은 당분간 미국주도하에 국제적 공감대 확보를 위한 외교전을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만약 금지선(red-line)을 넘을 경우, 곧바로 유엔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이 상황에는 우리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즉 미국의 군사행동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중일 정치지도자들이 전쟁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라크전을 통해 엄청난 달러를 지출한 미국이 또 다시 대규모 병력을 한반도 주변에 밀집시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지 대단히 회의적이다.
북한이 핵 및 생화학무기를 보유하려는 전략적 목적은 전쟁없이도 남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가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핵을 가진 북한과 대결해야 하느냐, 아니면 북한의 요구에 굴복해야 하느냐의 비통한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인권위가 내세우고 있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