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복지사업 현장실태 종합점검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연례행사처럼 또 정부-지자체간 업무협조 미흡으로 인한 복지인프라사업 파행과 재정낭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액 자산가가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거나 저소득층 일자리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는가하면 의료급여 자격 중지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복지전달 과정의 허점이 심각한 수준이다. KDI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근로자 지원을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혜택가구의 74%가 중간층 이상이었다.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과연 이 정도 뿐이겠느냐는 국민의 허탈감과 불신이 깊어간다. 빈곤층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예산이 구멍 뚫린 복지 전달체계와 눈 먼 돈을 노린 사이비수혜자 등의 도덕적해이로 줄줄 새나가고 있다. 매년 복지예산 낭비와 누수사례가 적발될 때마다 정부-지자체는 “복지전달체계를 재정비하고 복지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지자체의 복지지출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앙정부 연 8.9%, 지자체는 연 10.9%씩 늘어났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늘고 복지사업이 확대되면 그만큼복지 누수 규모도 더 커진다는 게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어린이집 법규위반 내용 (2009~2011)을 보면 보육지원 대상자가 확대될수록 유령등록 영유아 수와 부정보조금 환수 건수는 해마다 급증했다. 그리고 일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의료급여 환자의 모럴해저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며칠 전 대통령후보 TV토론에서는 보육-의료를 국가가 책임지게 하겠다며 선심경쟁을 벌였다. 구체적 예산확보계획이나 복지전달체계 개선방안 없이 내놓는 그들의 공약은 그저 표만 노린 마약 같은 공약(空約)일 뿐이다. 일주일 후,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을 선출한다. 누가 선장(대통령)이 되든지 집권 초엔 자신이 내놓은 복지공약을 추진하려 들 것이고 복지예산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국가가 손잡아주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계층부터 일으켜주는 것이 순서다. 이것이 국가지도자의 역할이고 선진복지국로 나아가는 길이다. 제대로 된 복지전달체계 없이는 복지공약도 ‘립 서비스’일 뿐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차기 대통령당선자가 무엇보다 먼저 복지전달체계를 정밀점검하고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