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또다시 국회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지난 8월, 대통령 선거일정을 감안해 2013예산안을 11월 22일까지 처리하겠다고 공언한바 있지만 아직 계수조정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는 것은 올해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당연한 듯 국회법을 어겨온 정치권이 돌연 국회법을 준수하겠다고 공언했을 때부터 곧이곧대로 믿고 기대한 국민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해예산안을 사실상 확정하는 계수조정소위 구성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계수조정소위가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라 법정시한 내에 반드시 예산안을 심사하여 정부가 나라살림을 차질 없이 꾸려나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세금인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 집행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심사를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밀실협상으로 진행되는 계수조정소위 회의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헌법 제50조 1항은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계수조정소위는 전문가-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은 물론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어떤 항목이 무슨 이유로 증액되거나 삭감되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역구 의원 등이 예결위원들에게 청탁하는 쪽지를 보내 지역구 예산을 늘린 소위‘쪽지예산’규모가 937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무도 지켜보지 못하게 방문을 잠그고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끼리 자신들 지역구를 먼저 챙기고 봐줄 곳 봐준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국회법에 정해진 예산안 처리기한을 지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어떠한 정보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짬짜미로 결정되는 현행 예산안심사제도는 너무나 불합리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국회 예결소위 방청은 물론 국회방송을 통해 회의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회의록도 공개하여 예산편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 사람들이 사후에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관행이 자리 잡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