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대한문 오른편에는 봄부터 <근조(謹弔)쌍용차0000>라 쓴 시커먼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그 아래 빈소 같은 불법농성천막이 처져있어 시청역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자극적인 문구와 사진들까지 나열해 인도를 절반이나 점령, 단풍이 아름다운 정동길을 찾는 시민은 물론 덕수궁과 수문장 교대 행사를 구경하러 온 외국 관광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처음엔 자그마했던 텐트가 큰 천막이 되고, 그 천막이 슬그머니 두 개로 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아예 ‘공동 농성촌’을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는 2개의 천막이 또 설치돼 '입주'를 했다. 지금 길게 늘어선 천막들은 기존의 쌍용차 해고 근로자 관련 천막에다 추가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용산사건, 반핵단체 등 그동안 좌파 전문 시위꾼들의 단골이슈 종합전시장이 돼버렸다. 더욱이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는 매주 월요집회를 연다는 현수막을 촛불 그림과 함께 크게 걸어놓아 MB정부 초기 시청광장 일대를 마비시킨 촛불시위를 연상케 하고 있다. 18년간 일터 겸 전시장으로 대한문 옆을 지켜온 장애인 조각가의 증언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돌담장을 등지고 하루 종일 나무판에 글을 새기고 그 작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이 ‘왼손 조각가’는 농성천막 때문에 30m나 외곽으로 밀려났다. 그가 지켜본 농성시위대는 서민을 위하기는커녕 조폭 같은 시위‘꾼’들이었다. 덕수궁이 문을 닫는 월요일이면 “확성기 소음으로 고막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주변 상인이나 사무실 근무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짐작할 만하다. 지나는 행인이 불만을 제기하면 우르르 몰려나와 삿대질과 욕설을 해댄다고 한다. 천막시위 초에 경찰과 구청공무원이 천막을 철거하려고 나오자, 자기들 목에 칼을 들이대며 자살협박을 하여 돌려보냈다니 정말 막가는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서울시-중구청과 경찰에 촉구한다. 하루빨리 불법농성천막과 현수막들을 철거하여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서울도심의 아름다운 풍광을 시민에게 돌려주라. 대선정국이라고 이쪽저쪽 눈치 봐서는 안 된다. 공무원은 모름지기 정파를 떠나 공정한 잣대로 법령을 집행해야 한다. 수도 서울의 최첨단 시청사 코앞에서 ‘불법과 떼법’이 버젓이 활개치는 판에 어찌 선진화나 일류국가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특히 정치인이 아닌 서울의 행정 수장으로서 박원순 시장의 결단을 축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