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2003년 3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외 일각에서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며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여러 차례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며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중구난방식 추측으로 북핵 위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대단히 설득력이 있고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사실 국내의 많은 소위 평화주의자들은 이라크전이 종식된 후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의 다음 군사적 공격목표는 북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이번 전쟁 자체와 한국의 대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대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와 북한을 다루는 전략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선제공격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라크는 이미 생화학무기를 이란-이라크전, 그리고 쿠르드족 진압당시 사용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바꾸어,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가능한 무기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이라크는 수십 차례에 걸쳐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고, 테러를 지원하는 과오도 저질렀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중동의 지역패권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가진 이라크는 언제든지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여 그것을 제거하려고 드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현재까지 그들이 보유한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를 실제로 사용한 적이 없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량파괴무기는 그들의 억제전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은 제네바 합의위반이지만 아직은 의혹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외교적 수단보다 군사적 수단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수행하는 기간 동안 북한이 사용 후 연료봉을 이용해 플루토늄을 생산, 수출하거나 정전협정 파기, 미사일발사 실험, 핵무기 및 생화학무기 및 그 전달수단의 확산등과 같은 금지선(red-line)만 넘지 않는다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정치지도자들 대부분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섣불리 선제 군사공격을 할 수도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한 핵문제를 다룸에 있어 미국은 당분간 국제적 공감대 확보를 위한 외교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는 험악한 말싸움(war of words)이 오고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의 일환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전쟁으로 치달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라크전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 미국이 전후 단기간 이내에 대규모 병력을 한반도 주변에 밀집시켜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라크전에 병력을 파병하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변하는 공상적 평화주의자들의 생각은 감상에만 머물 뿐 결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이라크에 조속히 병력을 파병하고 미국을 위시한 연합군의 전쟁수행에 실질적 지원역할을 해서 조속히 전쟁을 끝내는데 동참하는 것이 전쟁의 장기화에 편승한 북한의 문제 조장으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급격한 긴장악화를 사전에 방지하고, 미국이 한국 및 국제사회와의 공동노력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하여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보다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들 평화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리어 이 땅의 평화와 전쟁위험 방지를 위한 노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하는 것이 평화와 전쟁반대의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는가? 지난 수십년간 한국 인구와 국력의 심장부인 수도권을 언제든 기습공격해서 초토화시킬 수 있는 공격용 무기들을 휴전선 전방에 집중배치해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외면한 채 미국만을 전쟁위협의 주범인양 강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한반도에서의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근본원인인 북한의 적대적 대남노선과 군사적 위협부터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