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자력발전소 직원 두 명이 마약인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고리원전은 올해 여러 차례의 사고와 비리로 도마에 올랐던 곳인 만큼 시민들은 화가 치미는 수준을 넘어 허탈할 뿐이다. 올해 2월 비상발전기 고장 사고가 터지자 내부 입단속까지 시키며 사고를 은폐했고, 7월에는 간부들이 업체로부터 중고부품을 납품받고 뇌물을 받아 챙겼다. 가히 비리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고리원전 구성원들의 근무 자세와 조직관리 시스템은 엉망이다. 이번에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직원에 대해 “화재 진압 등에 국한돼 있어 발전설비 운영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라고 고리원전 관계자가 밝혔다고 한다. 기소된 직원 한명은 사무실에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갑자기 원전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면 마약에 취한 직원이 어떻게 긴밀하게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 비리, 사고에 익숙해져 이제는 원전 직원에 대해서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려 드는가. 이러한 허술한 조직 관리와 안일한 내부분위기가 또 다른 비리와 대형 사고를 불러올지 모른다. 고리원전은 26년 이상 된 원전단지 가운데 하나이고, 고리 원전 반경 30km안에는 부산시민을 포함한 320만 명이 살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옆에서 숨죽여 지켜보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된 터이다. 원전 시설에 대한 안전 보강 작업만으로는 결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자칫 직원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대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수급의 32%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고, 당장 대체가능한 에너지가 없는 한 현재로선 원자력은 우리에게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다. 원전에서의 사고은폐, 조직의 도덕적 해이가 원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이는 원자력 포기 주장에 명분만 더해주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월 신문 광고를 통해 환골탈태를 다짐했고, 얼마 전 한수원 사장은 국민 불신 해소를 위한 경영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에 대한 다짐과 약속이 신뢰와 안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강도 높은 조직시스템 개혁과 근무기강 바로잡기 등의 총체적 점검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